[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79) 책 앞에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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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책 앞에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책 제목에 이끌려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이다. 책을 읽다가 신기한 경험을 하나 하게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가 내가 평소 RSS 구독으로 계속 읽고있는 '리치보이'블로거 였단 사실! 반가우면서 한편으론 '우연의 일치'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즐거움이다! 즐겁지 않은 책은 버려라!”
나는 책 앞에 머뭇거리는 경우가 잘 없긴 하지만 책 제목과 책의 부제목인 <후천적 활자중독증에 빠지는 방법>이라는 타이틀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독서는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즐겁게 독서하자!'다. 그리고 이건 맞는 말이다.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다. 이 기특한 아이들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슴에 큰 뜻을 품었기 때문에? 아니면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려고? 아니다. 이 아이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이 즐겁기 때문이다. 평안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듯, 제아무리 좋은 책도 내가 재미를 못 느끼면 읽지 못하는 법이다. 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에 눈뜬 사람은 뜯어 말려도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좋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 읽어서 즐거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

나 역시 학창시절 책과 친한 사람은 아니었다. 친구들은 판타지 소설이라든지 '10대가 읽어야할 고전 100선'따위에 올라와있는 <10대가 읽을 손자병법>등의 제목을 가진 몇 개의 책들을 읽곤 했다. 만화책이라면 또 모를까, 나는 일반 책을 본 기억이 거의없다. 그 흔한 판타지 소설도 읽지 않았다. 읽은거라곤 몇 년동안 고작 몇 권정도. 그나마도 대충 읽어서 그런지 기억에 남지가 않고, 말 그대로 '책을 읽기 위한 책 읽기'가 되어버렸던 탓에 시간 낭비만 한 셈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내가 책의 중요성과 독서라는 것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된건 대학교 2학년때 부터다. 당시에 군대를 전역한 후 곧장 복학을 했었는데, 시간은 남고 할 일은 별로 없었던 탓에 '자격증이나 하나 공부해볼까?'싶어 가까운 도서관에 들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집안환경의 습관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고, 친구들은 대개 그렇듯 주말이면 늦게까지 늦잠을 잤기 때문에 정말 심심했다.) 자격증 공부를 위해 찾아간 도서관 열람실이었지만, 자격증 공부는 지루했고 재미가 없었다. 공부 자체가 심심했었기에, 열람실에 펼쳐진 방대한 도서들을 구경하면서 몇 권 대출하여 읽기 시작했다. 주로 자기계발서적들이 많았는데,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자기계발 서적이야말로 독서 입문자에게 좋은 책이 아닐까싶다.

책을 꽤 많이 읽을 수 있었다. 돈은 없었고 남는건 시간이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주변 사람들이 모두 토익공부, 공무원 시험 준비 등을 할 때 나는 책을 읽었다. 대학교 2학년 때엔 차근차근 책들을 읽어나갔다. 그때의 독서는 참 재미가 있었다. 책에서 만나는 모든 활자들이 내게 새로웠고, 그 말들을 따라하기만하면 나는 몇 년안에 부자가 되어있거나 엄청 성공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나를 매료시켰다. 반면 혼자 독서에 빠져 세월을 보내는 시간이 조금은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1년에 100권 정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후 좀 더 많은 어휘를 구사할 수 있었고,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친구들의 삶이 밋밋해 보였다. 열정없이 그저 '학교생활에나 충실한'그들이 마치 소금기 없는 국 같았다. 나는 내 정신세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자기계발서를 의심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으면서 그 책에서 전해지는 저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랐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일부 정도를 기준으로 하라는건 했고, 하지말라는건 안했다. 결과적으로 좀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게되었다. 내 인생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에서 깊은 고민을 했고, 그것은 내 대학생활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신감과 용기는 어떤 경우에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이 놀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까?'를 생각한 적이 없다. 숨박꼭질은 그냥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 내가 책을 읽을 때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 자체가 독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책이란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접하고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아주 흔한 습관이기 때문이다. 독서율이 워낙 낮고, 책을 읽는 사람이 없고, 책을 무슨 마법의 주머니 혹은 요술램프처럼 신격화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책을 읽으면 뭔가를 얻어야한다는 반대급부적 논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내 친구들 중에서도 많다) 1만원 안팎인 책 1권만으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 자체가 당신을 책 앞에서 머뭇거리게 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 역시 일맥상통하다. '책이 삶을 바꾸니 너도 읽어라!'가 아니라 '책은 재미있는 친구이므로 빨리 친해질수록 좋다!'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책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8점
김은섭 지음/지식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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