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위에 빛나는 '안동 고추'를 알아보자

반응형

전국 1위에 빛나는 '안동 고추'를 알아보자
생산 1위, 유통 1위, 생산면적 1위, 고추계 트리플크라운 안동고추

나의 할머니는 명절만 되면 언제나 직접 고추장과 김치를 만들곤 하셨다. 타지에서 고생 중인 가족과 친척들에게 줄 음식이라, 정성과 노력이 한없이 들어간 그 음식들은 맛도 참 좋았다. 고추를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 방앗간에서 빻아 가루로 만들고, 그걸 다시 요리에 넣는 이 번거로운 작업을 매년 하시면서도, 단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으니 정말 대단한 노력이라 하겠다.

우리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건 역시나 고추일터다. 고추는 한국인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김치와 고추장의 핵심이니까. 안동은 예로부터 고추농사가 잘 된 덕에 고추를 활용한 유명한 요리들이 많은 편이다. 안동찜닭과 안동풍산김치, 안동식혜, 고춧가루, 고추장 등에도 빠짐없이 들어간다.


고추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만큼 지역마다 각각의 브랜드가 넘쳐나는데, 생산 1위, 유통 1위, 생산면적 1위에 빛나는 안동고추를 비롯해 영양고추, 의성고추, 음성고추 등의 브랜드가 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추들 중 안동고추는 1위를 3개가 차지한 고추계의 트리플크라운이다.

안동은 다양한 고추 브랜드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의 품질과 가격을 자랑한다. 위풍당당한 안동 고추를 만나보기 위해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를 찾았다.


안동 남후면 고하리에 있는 권오찬씨 고추 농장. 그의 올해 나이는 70세. 18살때부터 고추 농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려 52년의 기간이다. 필자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고추농사를 지은 그는 고추 농사에 관해선 그야말로 전문가다.


남안동 IC 톨게이트 인근에 바로 붙어있는 이 곳은 고하서당길 새터 옆길로 들어가야한다. 휴대전화 통신도 제대로 되지 않는 도심 속의 오지라 시간 약속을 잡을 때 꽤나 애를 먹었다. 농산물이 자라기엔 최적의 장소지만. 목소리와 인상이 매우 신사적인 권오찬씨. 하지만 직접 키운 고추는 신사적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청춘의 그것과도 닮았다. 뜨거운 태양을 품고 화끈한 맛을 내는 안동 고추의 품질이 전문가의 손길과 정성 덕분인지 우수한 품질로 보였다.

2015년 여름은 지독한 가뭄과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힘들었는데, 마침 이 날 아침부터 단 비가 내렸다. 잔뜩 성나 있는 고추들도 촉촉한 비 맛을 느끼며 화를 식히는 모습이다. 가뭄 탓으로 고추의 작황이 전국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권오찬씨의 밭은 그나마 물이 잘 내려오는 지리적 위치라 다행인 편. 1,200평 가량되는 고추 밭은 건강하고 촉촉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는 고추 수확 과정에서 뜨거운 햇살을 피하는 아이디어로 파라솔을 설치한 탈 것을 마련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비도 막아주고, 내리쬐는 태양열도 어느정도 막아주는데다 장시간 서 있지않아도 되, 조금은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이제 막 익어가는 애기 고추들은 파릇한 색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을 닮은 빨간 색으로 바뀔 것이다.

안동 지역 전체적으로 고추 농가가 분포되어 있다. 8월 중순부터 생산하는 안동고추는 5,900여 농가 2075ha에서 매년 6천톤 가까이 쏟아져 나온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전국각지로 유통되고,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간 다음, 사람들의 입 맛을 만족시켜주는 효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고추장 없이 어떻게 비빔밥을 먹겠는가?


권오찬씨의 희망은 역시나 고추. 품질 좋은 고추를 키우며 살아가는 성실한 농부다. 안타깝게도 요즘 농촌은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 젊은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농촌에서의 농사는 고스란히 어르신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농사꾼들은 지긋한 나이에도 매일 새벽부터 고추밭에 나가 작업을 해야한다. 권오찬씨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하루하루를 고추와 함께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외골수에 전문가라 하더라도 농사라는게 언제 역병이 들이닥칠지 모르다보니 항상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주어야한다. 이 매년 반복되는 농사 작업이야말로 고추 농부들의 숙명이다. “매년 하는 작업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고추를 관리해야죠.”

고추의 거래가격이 높다면 좋겠지만 시세는 아쉽게도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공판장에서의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보통 1근(600g)에 6,000원 정도 나가는 편. 이 곳에서 자란 고추는 농협공판장을 통해 판매하고, 농협에선 전국으로 유통하고 가공한다. 그리하여 고객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안동 고추.

고추에 평생을 바친 남자. 붉은 고추가 가득한 권오찬씨의 농장은 화끈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