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20) 배낭에 담아 온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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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꽉 찬 책이라서 완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책이었다.
페이지수로 보자면 380페이지라서 그다지 두껍게 느껴지지 않는 외형이지만, (그렇다고 얇지도 않지만)
저자가 중국 대륙을 세로로 횡단한 후 자신의 경험을 집대성한만큼 본문 내용은 방대하다.



제목과 책의 겉 표지만 보면 이 책을 중국 여행과 관련된 것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또한 처음의 느낌은 여행책으로 착각했을 정도다. 역시 책은 읽어봐야 진면모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중국 여행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여행이라는 요소가 가미는 되어 있는, 색다른 주제다.
배낭에 담아온 중국이라는것이 책 내용이지만, 중국문화나 중국역사에 그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목차의 편집 상태가 아주 깔끔하고 보기에 좋다.

역시 풀컬러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책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이 저자의 여행기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면서 저술되어 있다.


이 책의 부제목은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지만, 실제 책 내용을 상기해보면,  저자(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중국을 여행하며 써내려간 에세이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아들이 아닌 독자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나 혼자 바꿔적어 놓고 싶다.





처음 책을 잡았을 때의 생각은 '중국여행을 하면서 역사를 저술했구나' 였다.

그러나 책 내용은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세계적인 시각에 주목한다.

즉, 중국 여행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면서 중국이 아닌 중국을 포함한 범지구적인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1장의 제목 '중국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생각하다'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부분이다.

저자의 머릿글에 의하면, 저자는 단지 중국의 역사를 체험한것보다는 중국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그것과 연관된 세계적인 미래를 떠올리고 고민해보는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진짜 이유가 아닐까.


이 책이 장점으로는 첫번째로 저자의 글이다.

상당히 유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력은 역자의 프로페셔널과 합쳐져 상당히 읽기가 수월하다.

흔히 역사라고하면, 왠지 딱딱하고 어렵고 복잡하고 년도 따위를 외워야할것만 같지만,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파괴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지금껏 중국을 단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는 대략적인 감각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위 사진에 나와있는것처럼 컬러풀한 사진이 책에 첨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쪽엔 간략하게 설명도 있다.

이 사진들은 비교적 최근에 촬영된것으로 예측된다.(물론 중국을 가본적이 없는 관계로 확실하진 않다.)

본문 중간 중간에 삽입된 사진은 책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은 바로 대화체에 있다.

앞서 말한것처럼 이 책은 아버지(저자)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하며 그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여행을 하는 동반자와 단 한마디도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것은 진짜 말도 안된다. 따라서 대화가 없을리가 만무하므로 이 책의 대화체가 많은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화는 단순히 일상적인 것을 뛰어넘어, 역사를 점검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같은 문제에 서로 다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양새로 구성되어 있다. 깊이가 있지만 부드러운 대화체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던 듯 하다.





이 책은 결국 '경험과 사상의 결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을 여행하며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저술활동으로 이어간 저자는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유머러스한 글과 대화체, 그리고 이해가 쉬운 내용들은 나를 매료시킨다.

저자의 책은 처음 접했지만, 금방 팬이 되어버렸다.

혹시 국내에 출시된 저자의 다른 책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는데, 이번에 나온 <배낭에 담아 온 중국>이 한국에 출시된 저자(우샹후이)의 최근작이 되었다.



역사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리고 역사는 고스란히 전해져야 한다. 역사에서 객관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천상에서나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의 승리자는 과거까지 바꿀 수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불평등조약에 대해 들어봤니?"
"불평등조약이라뇨?"
아들은 자신의 '무지'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상냥하고 천진한 말투로 되물었다.
"중국이 체결한 불평등조약이 아이훈조약까지 포함해서 대략 300~400개에 이른단다."
아들이 말했다.
"전쟁 후에 맺는 조약치고 불평등하지 않은 게 어디 있나요?"

-page. 47

역사는 정글의 먹이사슬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강한 국가는 살아남고 약한 국가는 착취당한다.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전쟁후에 맺는 조약치고 불평등하지 않은 게 어디있냐는 인사이트는 정말로 머리를 퉁 치는 그러한 내용이다. 지금껏 국사책에서나 배워 온 불평등조약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단어가 이토록 담백하게 다가오는것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여행과 저술을 동시에 하느라 상당히 바쁠것 같다.
아마 저자가 '역사 기행'이나 '문화탐방을 위한 여행'과 관련하여 여행사를 운영한다면 아마 재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쨋거나 상당히 괜찮은 책이며, 독자들의 입맛에 잘 맞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언젠가는 한국을 여행하며 쓴 <배낭에 담아 온 한국>이 출시되길 기대해본다.


배낭에 담아 온 중국 - 8점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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