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기분 좋은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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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은 꼭 나쁜 것만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아픔이라고 느끼는 종류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신적 아픔이 아니라 신체적 아픔 중에서 가장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손가락 통증이 아닐까한다.



나름 키보드로 글쓰는 것과 강의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인 나는 사실 키보드를 치는 스타일이 매우 이상한 편이다. 스스로 그렇게 느낀다. 독학으로 키보드 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어린시절엔 마침 정보화 교육이 도입되던 시기라 컴퓨터 학원 열풍이 불었었다.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컴퓨터 학원에서 키보드에 검지부터 약지까지 가지런히 올리고 모니터에 나타나는 지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쳐다보고 누르면서 제대로 된 입력방법을 익혔을 것이라 예상된다. 따지고보면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지시를 해서 작업을 수행해야 할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컴퓨터가 지시하는 작업을 사람이 따라해야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니.
학원은 커녕 학교도 제대로 안다닌 내가 키보드 타이핑이 정석일리 만무. 독학이라기 보다도 그냥 스스로 깨우친 나름의 전략인 만큼 특정 손가락에 무리가 가는 방법으로 십수년동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젓가락질도 스스로 깨우쳤다. 나는 무언가를 배워서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서 하는 걸 선호했었던 듯 싶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 내 젓가락질은 매우 이상하여, 어릴때부터 밥상에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지만....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라는 가사는 나에게 매우 뜻 깊은 문장이 아닐 수 없는데, 콩이나 멸치, 김 1장도 모두 가능하고 밥 먹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관계로 젓가락질을 바꿔 볼 생각은 여전히 없다.

다시 키보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사용하는 손가락은 왼손의 검지와 중지, 약지이며 오른손은 엄지, 검지, 중지, 약지다. 이 중에서도 키보드 타이핑에 거의 대부분의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곳은 왼손은 검지,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인데, 장시간 키보드를 두드리다보면 이 곳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키보드를 세게 두드린다. 평범한 윈도우용 키보드에서는 '다다다다닥' 소리가 날 정도 (MAC용 무선키보드에서는 그러한 소리는 없다). 물론 이 소리에 적응된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요즘처럼 무언가 멍하고 이것도 관심있고 저것도 관심있는 상태에서는 딱히 무언가에 집중해서 오랜시간동안 작업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나를 또 힘들게 하곤 한다. 마치 화장실에서 마무리를 하지 않고 나온 느낌이랄까. 하루를 몽땅 날려버린 듯한, 말하자면 어디로 가는지도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채 하루를 그저 흘려보낸 듯한, 이를테면 흐르는 강물에 손을 담그고 아무것도 잡지 못한 느낌이랄까...

문득 저녁시간대에 손가락에 통증이 오면 괜시리 '아... 오늘은 열심히 글을 썼구나...!'라는 뿌듯함과 함께 아픔이 몰려오는데, 이것이야말로 <기분 좋은 아픔>이 아니겠는가?

헌데, 아픔과 함께 갑자기 몰려오는 두려움이 있어 그 정체를 살펴보니, 지금은 젊으니까 괜찮겠으나 추후 나이가 들어 뼈와 연골이 닳을 대로 닳은 상황에서도 이 아픔이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통증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때쯤이면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손가락이 아프지 않은 super soft keyboard>가 나오지 않을까?

사진 - Adik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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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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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04 14:11 신고

    좋은글 잘 보고 간답니다 ~^^
    저는 종종 손목에 통증이 오더라구요 ㅎㅎ

  • 2013.12.04 14:20 신고

    전 요즘 어깨가 아파요 잘 때 그쪽 방향으로 무게가 실려선 것 같아요. 잘 때는 통증을 못느끼는데 이런 것도 기분좋은 아픔이려나요 ㅋㅋ~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4:32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잘 마무리하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4:59

    컴퓨터를 오래하면 어깨, 손목, 손가락등이 아프지요.
    중간에 조금씩이라도 휴식시간을 줘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5:12

    저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사용하는 지라..
    손가락 보다는 목이 아프더라구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6:26

    덕분에 좋은글 너무 잘 보고 가는군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7:49

    저도 it쪽에 일을 하다보니...눈의피로, 손가락의 피로..등의 통증이 가끔 있습니다.
    가장 심한건 허리쪽에 통증 이에요. 곧은 자세로 작업을 시작해도 나중에 보면 구부정하게 되어있습니다.
    다른건 어찌 고쳐보겠지만...허리만은 마음대로 안되네요... 나중을 위해서라도 몸에 무리를 주는 습관은 바꾸는게 좋을거 같아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8:01

    덕분에 좋은글 너무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8:07

    손가락 꽤 아픈적이 저도 있죠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4 18:25

    저도 손가락이 아프지 않는 키보드의 출현을 기대해봅니다.

  • 2013.12.04 18:31 신고

    힘드시나요? 이 약 한번 먹으봐요~ ㅋㅋㅋ. 죄송요.
    잠시 쉬었다 가세요. 내일이 오면 또 다른 힘이 나실껄요.
    아니면 하루 푹쉬세요~

  • 2013.12.04 21:09 신고

    최첨단 시대를 맞이하지만 여전히 불 편한 것들이 많이 있을거 같아요.

  • 2013.12.04 21:24 신고

    머지않아 뇌파 등을 인식하는 자판이 나오지 않을까요?ㅎ
    격조했습니다, 티몰스님^^

  • 2013.12.04 21:40 신고

    저도 독수리 타법이랍니다ㅎㅎㅎ 꼭 키보드를 정석대로 쳐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나저나 티몰스님은 손가락이 아프면 더 좋아해야 할 것 같네요?!ㅎㅎㅎㅎ

  • 2013.12.04 21:53 신고

    저도 하루 종일 타자를 치기도 했지만, 다행이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 사고로 중지 끝 부분이 으스러져 7주 동안 고생하고 나중에
    키보드 칠때 통증이 있을까봐 엄청 비싼 주사도 맞고 그랬거든요.
    손가락이 안아파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 2013.12.05 04:02 신고

    손가락통증 지금이야 견디지만 앞으로가 문제가 되니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5 09:00

    저는 뒤목이 너무 고생이네요..한시간에 병원에서 스트레칭을 하라고는 하더군요

    • 2013.12.05 16:12 신고

      스트레칭을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알고있는데 잘 안하니 문제네요 ㅠㅠㅠ

  • 2013.12.05 09:18 신고

    키보드가 너무 닥딱하여 그런가 봅니다. ㅎㅎ
    전 어께와 목이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12.05 09:52

    반드시 나오겠죠?ㅎ
    꼭 필요하니까요~ 어쩌면 개발중일지도..ㅎ

  • 2013.12.05 09:56 신고

    오~ 키보드를 얼마나 많이 쓰시면 손가락이 아프실 정도로...^^
    다녀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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