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눈이 오는 날이었다. 11월 말인데도 새벽부터 시작된 눈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도 계속하여 내리고 있었다. 말그대로 징하게도 왔다. 처음에는 금새 녹아 없어지던 길거리의 눈들이 점차 본연의 색을 드러내며 쌓여가고 있었고, 도로엔 제설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구를 괴롭힌 인류에게 복수라도 하듯 날씨는 점점 더 이상해진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는데, 그것이 정말인가 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눈 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문득 슈퍼스타 공연장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즐기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도 하늘에서 눈같은 흰 종이들이 엄청나게 흩날렸다. 그땐 너무나 열광했던 나머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었는데, 지금은 외투를 두 겹이나 입고도 벌벌 떨고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