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나에게 2014년은 아마도 문학적 탐닉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문학작품 읽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문학작품 중에서도 고전 소설 위주로 읽어나가고 있다. 주로 유명한 문학작품을 다시 읽어보는 형태다. <월든>과 <그리스인 조르바>에 빠져 환상적인 월든 호숫가와 크레타 섬을 마음껏 여행했고 이번에는 톨스토이에 이르렀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단편 7편이 엮여있는 책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과거 제목은 세 가지 질문으로 기억한다)'를 시작으로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계시다', '에밀리안과 빈 북', '아시리아왕 아사르하돈', '달걀만 한 씨앗', '어른보다 슬기로운 소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불멸의 문학 작품들은 너무나도 유명하여 각종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 쯤 접해보았을 그런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책으로 읽는 것은 또 다른 메시지를 느끼게 해준다. 톨스토이 특유의 깔끔한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내용이 마음에 쏙 든다. 흔히 과거의 문학작품들은 주로 주변 환경묘사에 많은 지면을 배정해두고 있는데,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주변환경보다는 중점이 되는 상황만을 묘사하고 있어서 분량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용 자체가 짧고 메시지가 강력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빠르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한마디로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톨스토이만의 교훈적 스토리텔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톨스토이 그 자신 역시 민담이나 구전 등으로 이어져내려오던 이야기의 토대 위에 자신의 문학역량을 풀어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볼 때, 쉽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말하자면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으로 증명을 거친 스토리들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하나의 이야기가 하나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부터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한다. 톨스토이는 소박한 교훈을 강하게 전달해준다. 특히 <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단편이었는데, 그 와중에 KBS 1박2일에서 <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연출한 것을 보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톨스토이의 스토리텔링은 아주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주인공이 착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소박함과 편안함은 전쟁 혹은 지옥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신적 휴식>이 되어줄법하다. 오래도록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가 주는 그 알 수 없는 마력이란!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많은 내용들이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당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한가보다.
한 편의 동화같은, 우화같은 내용들이라서 왠지 모르게 톨스토이가 <어린이용>으로 전락해버린 듯한 문화가 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어른 아이 막론하고 누구나 접해보아야 할,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를 줄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고, 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하며, 사람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 허망한 욕심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오히려 아이들보다 성인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들은 항상 묻는다. 때론 자기 자신에게, 때론 누군가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톨스토이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아름답고도 풍성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1828년 러시아 중부 지방에 있는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카잔 대학에 입학해 동양어와 법을 공부하다가 중간에 자퇴했다. 1851년 카프카스에 주둔한 포병대에 들어갔고, 크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1855~56)를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1862년에 평생의 후원자가 된 소피야 베르스와 결혼한 뒤, 볼가 스텝 지역에 있는 영지를 경영하며 농민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계속해 나갔고, 대표작 <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를 집필하는 등 작품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 자신은 백작의 지위를 가진 귀족이었으나,<바보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등의 집필을 통해 러시아 귀족들이 너무 많은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음을 비판하는 문학 활동을 하여, 러시아 귀족들의 압력으로 <참회록>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출판 금지를 당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필사본이나 등사본으로 책을 만들어서 몰래 읽었고, 유럽, 미국, 아시아에 있는 출판사들이 그의 작품을 출판하여 외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극단적인 도덕가가 되어 1880년 이후에 낸 일련의 저술에서 국가와 교회를 부정하고, 육체의 나약함과 사유재산을 비난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저작물에서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고(1891), 마지막 소설인 <부활>(1899)은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두호보르 종파를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쓴 것이었다. 1910년 장녀와 함께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올랐으나 아스타포보라는 작은 시골 기차역에서 사망했다. 2010년 사후 백 주년을 맞는 톨스토이는 팔십여 년이라는 생애 동안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장영재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콘텐츠학과 석사를 마쳤다. 학부 때부터 러시아 문학과 어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 대학원 입학 후부터 다수의 러시아 관련 도서 집필 및 번역을 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러시아어 회화급소 80》 《여행 러시아어》 《러시아 여행》 《패턴 러시아어 101》 《후다닥 러시아어 회화》 《러시아어 처음 글자 쓰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톨스토이 단편선》 《고골단편선》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톨스토이 단편을 번역하는 중이다.
책 밑줄긋기
생명은 하나입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모든 행위는 바로 당신 자신에게 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더클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