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57) 허영만 허허 동의보감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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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가 찬다. 기(氣)가 막힌다. 기(氣)가 죽는다. 기(氣)가 산다.

글로벌화 된 오늘날 신체와 생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계에서는 주로 서양의학이 도입되어 과학적, 산업적 근거를 발판삼아 지구를 호령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역학 등을 도입하여 거의 반론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주기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동양의학에서 대체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것만 같은 어떤 것들을 근거로하여 의학계를 발달시킨다. 자연, 날씨까지 고려하여 판단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약물처방과 수술치료를 적극 권장한다. 동양의학에선 우선 좋은 마음가짐과 평안한 삶의 상태를 권장한다.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의학을 좀 더 믿어야할까? 동의보감에 의하면, 동양 사람과 서양 사람은 진화해왔던 시기나 환경적인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동양의학쪽이 알맞다. 동양의학에서는 주로 기(氣)라는 에너지원을 근거로하여 사람의 허허실실을 판단한다.



이번 책 허영만의 <허허 동의보감>은 우리들이 익히 알고있는 400년 전 허준의 동의보감을 다루고 있다. 아주 오래된 고서적이지만 오늘날까지 동의보감에 근거하여 많은 음식들의 효과를 판단하고 식품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만큼 동의보감은 그 자체로 보편적인 어떤 내용을 담고있다. 건강과 생명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환경이 급변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의학 역시 기념비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동시에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도 대폭 늘어났다.

이제는 한의사나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동의보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동의보감에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팁이 많다. 그래서 한국 대표 만화가 허영만이 나섰다. 허영만은 허준의 후손이라고까지하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대 최고의 만화가가 최고의 동양의학서를 만화화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허허 동의보감>이다.



이번 <허허 동의보감 2권>에서는 기(氣)와 정(精)을 다룬다. 정(精)은 초코파이 정 할 때의 정이 아니라, 정력할 때의 정, 그러니까 스테미너다. 궁극적으로 동의보감 전체에서 이야기하는 건강하게 사는 법은 정력을 알맞게 사용하고 기(氣)라는 에너지를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단순명쾌한 답이 있는 동의보감. 만화로 즐길 때 그 재미와 이해는 제곱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음양오행라든지 기(氣)같은 것들을 100% 신뢰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각종 미신들을 믿고 있는게 여전히 있고(예를들면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타난다든지 같은), 어쩌면 이런것들 역시 동양의학과 동양신화에서 비롯된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보니, 미신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음양오행 역시 미신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그것을 믿을지 말지는 개인 선택의 몫이지만 적어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다해서 전혀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다.




음양오행을 이해하게 되면 이해할수록 우리들이 왜 그렇게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소화불량에 걸리고 건강해지지 않는지 수긍하게 되었다. 한예로, 돼지고기와 맞는 궁합은 무엇일까? 동의보감에서 돼지고기는 습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습한것은 마른것과 궁합이 맞다. 상추는 물을 많이 보유한 채소이기에 돼지고기와는 궁합이 나쁘다. 돼지고기엔 상추, 그리고 뜨거운 기운을 가진 소주, 새우젓 등이 찰떡궁합이다. 미신인지 아닌지 믿거나 말거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을 완독하고 어쩌다보니 삼겹살을 먹게되었다. 그전까진 주로 상추쌈으로 먹거나 쌈없이 고기만 먹곤 했었는데, 실제로 깻잎에 싸먹어 보니 더 맛있게 느껴지고 몸에도 더 좋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플라시보 효과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진짜로 그랬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앞으로는 깻잎쌈을 주로 먹게 될 것 같다. 새우젓도 함께!




<허허 동의보감>은 동의보감을 쉽게 풀이하고 재미와 위트를 곁들여 요리한 만화다. 한마디로 교육적 만화책인 것이다. 대부분의 지면이 만화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표, 설명 글 등이 첨부되어 있다. 보관해두고 참고하기 좋은 스타일이다.


만화책이다보니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난해한 요소들을 그림과 글로 쉽게 설명해놓았기 때문에 이해도 잘된다. 한 권분량의 책 사이즈에 대부분이 만화로 구성된 특성상 몇 시간만에 완독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웹툰을 보고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한다. 그림체가 화려한 웹툰보다는 강풀이나 주호민 작가 같은 내용과 스토리텔링에 묘미를 가진 그러한 웹툰을 보는 것만 같았다. 유용하고 실생활에 당장 적용해 볼 수 있을법한 내용 역시 가득해서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허허 동의보감 2권>에서 다루는 주제가 정(精)이 있다보니, 조금은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도 담겨있다. 남녀의 잠자리, 정력에 도움이 될 내용들, 남자와 여자의 음양관계 등등. 어쩌면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지만 성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본다면, 심할 정도도 아니거니와 알고 있는 것 자체에는 성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야한 동영상 등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여자를 만족시켜주기위한 남자를 위해서도, 자신이 만족하고 싶은 여자가 상대방 남자를 위해서도 정(精)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기통차다! 기통차게 살자! 는 기(氣)가 통한다는 것이다. 기가 통한다는 것은 몸의 상태가 평안하고 안정되어 있다는 뜻이라 하겠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아이를 낳는 삶.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우리내 인생이라는 긴 줄에서 기(氣)는 그것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지는 않을까?

당신의 기(氣)는 막혀있는가? 통하고 있는가? 혹시 현대사회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편두통이나 불면증을 앓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리 병원을 다녀고 약을 지어먹고 해도 낫지 않는 편두통이나 불면증 따위에 괴로워하고 있진 않은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삶에서 그 원인을, 동양의학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고 쉬운 만화로 말이다.


허허 동의보감 2 : 기통차게 살자 - 8점
허영만 지음, 박석준.오수석.황인태 감수/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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