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58) 청소년을 위한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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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청소년을 위한 월든



너무나도 유명하고 감동적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몇 년전에 완역본으로 잠깐 맛 본 다음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다. 과거에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었고, 당시에 구매했던 <월든>은 그 많은 번역본들 중에서도(다른 책들은 보지 않아서 비교가 힘들지만)번역 자체가 매끄럽지 못했기로서니 내용을 이해하고 곱씹기가 매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에 의해 망설이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이번 책 <청소년을 위한 월든>이다.

<청소년을 위한 월든>은 제목 그대로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한 <월든>의 발췌 번역본이다. 전체 완역본이 아니라 꼭지마다 중요한 내용들을 일부만 발췌하여 번역해 둔 책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번역 자체는 내 걱정과는 다르게 매끄럽고 잘 이해가 되었다. 청소년들을 위해 작성된 책인만큼 <월든>의 전체적인 훝어보기용으로 좋아보인다.



사실 월든은 저자인 소로 특유의 문학적 표현과 비유법, 그리고 문명발전을 아주 조용하면서도 자연친화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있다보니 역자의 능력에 의해 난해한 문장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해 제작된 <청소년을 위한 월든>이라 그런지 난해한 문장이나 이해가 매우 어려운 문장들은 눈에 띄지 않아서 좋았다.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이 아니라 일부 발췌만 되어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고 있다. 좀 더 오래도록 곱씹고 싶어하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지만 좀 더 많은 내용을 흡수하고 싶어하는 독자에겐 내용물이 빈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살짝 허전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든>이라는 지상최고의 녹색문학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에겐 그 출입문으로서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 역시 과거보다 더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 여러 <월든>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찔러본(?)것 치고는 괜찮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완역본에 다시금 도전해봐야 할 것 같은 욕망을 샘솟게 해주는 책이 바로 <청소년을 위한 월든>이다.

조곤조곤한 호숫가의 이야기에 빠져보자. 아이들에게 사회적인 욕망을 강요하기보다는 소로처럼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갖도록 해줄 수 있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가 아닐까.


책 속에서...

누가 그들을 땅의 노예로 만들었을까요? 한모금의 먼지만 먹어도 충분한 그들이 왜 60에이커나 되는 땅의 흙먼지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요? 그들은 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신들의 무덤을 파기 시작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어느 농부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채소만 먹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채소에는 뼈를 만들어주는 성분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농부는 무척이나 열성적으로 자신의 몸에 뼈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농부가 줄곧 뒤따르고 있던 그 황소는 사실, 풀만 먹고 만들어진 뼈를 이용해 모든 장애물들을 헤치며 농부와 묵직한 쟁기를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 지역의 청년들이 농장과 주택, 창고, 가축 그리고 농기구들을 물려받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손에 넣기는 쉽지만 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탁 트인 초원에서 태어나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나는 것이 그들에겐 더 좋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었더라면 그들이 그토록 고생하며 일구어야만 하는 들판을 보다 더 명쾌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월든 - 8점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권혁 편역/돋을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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