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61)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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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사실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한 명의 노인 어부가 바다에 나가 매우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되돌아 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물고기를 빼앗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 '물고기'와 함께 마을로 복귀한다는 스토리다.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작가에게 '대작가'의 호칭을 부여했으며,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헤밍웨이의 독자적인 서사 기법과 인생의 진국이라 할 수 있는 진리들이 곳곳에 숨겨져있으며, 바다에서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 산티아고는 헤밍웨이라는 작가 그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다. 불우한 생활, 가난, 평생을 바친 하나의 직업, 열정과 의지와 노력, 근본적인 검소함이 거울을 보는 것처럼 고스란히 나타난다.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바다는 인생에서의 환경, 악조건, 이겨내야할 대상인 동시에 함께해야할 동반자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노인과 바다>는 가장 사실적인 이야기이면서 가장 비현실적인 소설이다. 우리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탓 이다. 




우리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고 살고 있는건 아닐까? 그렇기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에 취해 그것을 좇고, 또 그러다가 '내가 왜 이러고 사는가'싶어 원상복귀하는 반복패턴을 고수하는건 아닐까?


노인의 관심사는 오로지 낚시와 야구 뿐이다. 아주 절제된 인생. 차분한 삶과 생각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점철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을 갖고 있다.

독자는 노인을 통해, 바다를 통해, 물고기와 상어를 통해 소설 속에 존재하는 상황이 아니라 인생을 마주한다. 세상을 만나고 철학적 의미에 노출된다. 범접할 수 없는 산티아고 노인의 검소함과 차분함의 표현 은 차치하고서라도 노인이 자신만의 전쟁을 벌였던 그 바다에서 우리는 사회의 불편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노인은 바다에서 평생을 보냈고 노하우와 힘이 있다. 하지만 장비가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다. 심지어 행운도 노인을 버렸다. 84일 째 허탕을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은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오로지 그것만 노인은 생각한다.

노인이 어떻게 노인이 되었는지는 소설에서 표현되지 않는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철저하게 절제된 표현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작가 그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소설 속 산티아고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단 하나만을 풀어내기 위해 지면을 사용한 것 뿐이다. 고전문학작품이자 소설이기 때문에 자기계발서적처럼 '무엇무엇하라' 또는 '무엇무엇이 중요하다'는 제시되지 않는다. 때로 직설적인 이야기가 사람을 동화시키는데 필요하지만, 문학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오로지 일정한 스토리 뿐이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지”
산티아고 노인이 바다에서 혼자 중얼거린 이 대사야말로 인생의 가장 진면목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 노인은 돈, 명예, 물고기, 사람 등이 없었고 가진 것이라곤 누더기 옷과 낚시 장비 몇개가 전부였지만 자신의 경험과 바다를 통해 깨달은 진리를 이해하고 있었다는점에서 가장 부자였다.

헤밍웨이는 격동적인 삶을 산 것으로도 유명한데, 스포츠와 여행과 낚시 등을 즐겼다고 한다. 스포츠와 여행, 그리고 낚시. 이런것들이 주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노인과 바다>전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제로 노인과 바다 이야기의 모티프를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들에서 따왔는데, 그래서일까. <노인과 바다>는 아주 생생하고 역동적이지만 조용하고, 물고기와의 전쟁은 남자답고 마초적이지만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노인은 물고기와의 사투, 그리고 물고기를 배에 묶어 마을로 되돌아 가다가 마주친 상어떼와의 결투를 통해 여러가지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하이트라이트는 외로움과 고독이다. 또한, 온 몸에 상처를 입고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주지만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포기정신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이 되는 이유다. 우리들은 인생에서, 언제 어느때고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어떠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때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작품은 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갈 때, 더 이상 <노인과 바다>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인생>이 될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소개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독창적인 문체로 20세기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제1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몇 차례의 전쟁 참전과 모험으로 가득 찬 그의 일생은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강인한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남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캔자스시티 스타The Kansas City Star》의 리포터로 일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해 이탈리아에서 앰뷸런스 운전수로 참전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작품 《무기여 잘 있거라》의 토대가 되었다. 당시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치료 후 다시 파리로 가서 특파원으로 일하며 ‘잃어버린 세대’라고 명명되는 많은 작가와 미술가들과 교류하였다. 첫번째 소설 는 이 무렵인 1926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1928년 9월에 발표한 《무기여 잘 있거라》로 헤밍웨이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

1937년 스페인 내전에 북아메리카 신문연합(NANA) 특파원으로 참가한 경험은 그가 남긴 유일한 희곡 《The Fifth Column》에 반영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쿠바에 체류하면서 모티프를 얻어 집필한 작품 《노인과 바다》를 출간한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가리켜 스스로 ‘내가 쓴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1953년에 퓰리처상을, 195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52년, 《노인과 바다》 출간 직후에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비행기 사고로 크게 부상을 입었으며, 이후 그 후유증으로 오래 고생했다. 1961년, 결국 자살했다.



베스트트랜스

역자소개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번역뿐만 아니라 창작 집필을 하며 우리 콘텐츠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기존의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편집자가 편집하는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번역가와 편집자가 한 팀을 이뤄 잘 읽히는 작품으로 다듬기 위한 번역과 책임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직역직해가 아닌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손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레 미제라블 명문·명대사》는 편집 단계에서 꼽은 주요 명문과 어휘를 보기 쉽게 엮은 책이다. 《레 미제라블》도 읽고, 어학서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참신한 어학서이다.



책 밑줄긋기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지”

인간은 생각 하기에 자연보다 위대하다

노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늙어 버렸지만 그의 두 눈만은 바다색과 꼭 닮아 활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났다.

‘희망 없이 산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심지어 그것은 죄다.

“물고기야. 오늘은 너보다는 나한테 유리한 날씨로구나.”


노인과 바다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 10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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