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60) 휴식 - 독촉하는 세상에서 후회없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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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해가는 세상만큼 사람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 에 빠져있다.





번 아웃 신드롬
오로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서적인 극도의 피로로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증후군. 카리스마적이고 정열적이며 이상이 높고 일에 전력을 다해 달려드는 사람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사전


한 연구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직장인 중 87% 가 번아웃 신드롬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즉, 10명 중 9명이 휴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는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너무 치열하게 바뀌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휴식>의 저자인 울리히 슈나벨이 질문한다.
" 무엇때문에 쉼 없이 일하는가? "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좀 쉬면서 살자 라는 생각보다는 진정한 휴식은 어떤것이고, 방법화된 휴식은 어떤 효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놀고싶다 라는 욕망보다는 휴식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명상이 필요했다.
책을 펼쳤다. 처음 나오는 뱃사공의 이야기를 접하고 바로 책을 덮었다.
고민에 고민을 해보고 내 나름대로의 사색을 통해 결론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물음표는 끝내 확실한 답을 희망하듯 다시 책을 펼치게 했다.



<휴식> 이라는 책은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창조적인 휴식 방법과 설계 기술을 알려주는 교양서다.
내용은 에세이 이기도 하면서 심리학적 분석이기도 하다.
또 어떻게 보면, 행복론 이기도 하면서 회복론 이기도 하다.

사회 전반을 흥건히 물들이고 있는 시간부족,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우리 삶을 좀 먹는다는게 저자의 경고다. 인터넷, 전화, 메신저 등 주변에 있는 정보들은 오히려 개인적인 시간을 없애버리고, 언제든 연락 가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두려움을 세뇌시킨다.
예를들어, 출근을 하거나 등교를 할 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안절부절 못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지면서 손발이 근질근질 거리며 하루종일 그 생각뿐인 경험이 있을것이다.
사람이 조정해야 할 일개 기계 따위가 이제는 사람을 움직이게 되어버렸다.
물론, 직업군에 따라 꼭 기계가 필요한 경우는 예외다.

이런 삶에서는 여유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잃어버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한 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고 만다.
이때, <휴식>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설득력있는 원인들과 해결책, 생산적인 휴식 방법들을 얻는다면 앞으로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독일 아마존 인문분야 1위를 차지하고,
숨가쁜 일상에 지친 독일 시민들에게 '쉬자!' 라는 휴식 운동을 확산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부분은 시사하는점이 크다.
왜냐하면 독일과 한국은 다른점도 많지만 비슷한점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얼마전까지만해도 분단국가 였다는점, 한강의 기적처럼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나라였다는 점 등이 있다.
지금은 국가복지 부분이나 국민 행복도 수치도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비슷한점이 남아있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이 책으로 인해 한국도 휴식열풍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까.

독일에서 이 책이 왜 유행하고 인기를 끌었을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독일 시민들도 숨가쁜 일상에 지쳐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때 대한민국과 독일 시민들이 아주 절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 중 재미있는 문구가 있었다.
우리들은 항상 온라인 상태라는 것이다. 완전히 네트워크화가 이루어지다보니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들은 도무지 침착하기가 힘들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주의력을 한 곳에 모으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너무 설득력있는 글귀에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특히 더 심해보인다.
한국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빨갛다 못해 아예 보라색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OECD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회원국 중 1위다.
2위인 그리스보다 200시간 이상 많은 수치다. 그런데도 선진국이라고 표현하긴 멀었다.
때문에 여가 시간은 최하위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도 이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OECD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어린이들의 공부시간은 세계 1위인데,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공부시간이 많다면 천재들이 즐비하고 노벨상 및 각종 세계적인 기록들을 싹쓸이해야 정상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율도 1위다.

<휴식>은 이런 상황에서 휴식을 누리는 것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한다.





독자들이 오해할만한 요소가 많이 있다.
흔히들 휴식이라고 하면 빈둥거림이나 시간때우기 형태로 놀거나, 실컷 술을 먹어버리거나, 해가 중천인데도 늘어지게 잠자다가 잠자는것이 지쳐서 일어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휴식'은 그것들과 다르다.
아니 정반대다. 진정한 휴식이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책의 핵심포인트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지인 중 1명은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고 "지금 안놀면 언제 놀꺼야?" 라며, 잘못 이해해서 지금 백수인데 꿈도 희망도 없고 그냥 놀고만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과학관련 분야에 종사해서 그런지 책 내용도 굉장히 논리적이다.
낮잠 자는 방법론도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았을 정도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때의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본다.
즉, 낮잠을 30분만 자려고 누웠는데 하루종일 자버리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아예 낮잠을 안자는게 더 휴식일 수 있다. 반대로 시간을 정해두면 신기하게 딱딱 맞추는 사람들에게는 잠깐의 낮잠을 권해주고 싶다.
결국 휴식이란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것이다.




모든 일과 성공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행복? 그렇다면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미친듯한 일거리? 거품처럼 사라져버릴 스펙?
유창한 영어실력? 또는 돈?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한 재료는 어쩌면 휴식일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읽고 강하게 느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명상' 이다.
휴식도 결국 '명상' 을 위한 휴식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에 나오는 '사색' 과도 비슷한데, 우리들의 선조들과 조상 현인들은 사색을 무척 즐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나라는 번창하고 뛰어난 천재들은 속출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훈련되어버렸다.
명상, 사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있는 한 권의 책을 읽고 필사를 한 뒤, 이렇게 서평 남기는것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벌써 3시간 정도가 흘렀다. 하지만 3시간을 소비해서 많은 사색과 명상을 한것같아 엄청 뿌듯하다. 이것은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다. 책 내용들과 글귀들이 수백번 이상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실제로 어두컴컴한… 아주 깊숙한 내면의 동굴에 살짝 들어갔다가 나온 기분도 든다.
그래서 나는 확신한다. 가장 보편적이고 쉽게 할 수 있는 휴식은 독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 나는 무엇때문에 바쁘게 살고 있는가? "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하고도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진다면 이 책을 일독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책 겉표지에서 나타나는 포스보다 책 내용이 매우 알차고 탄탄하다.

오늘이 금요일이다.
이번주 주말은 모든것을 내려놓고, 따뜻한 햇살과 커피한잔에 좋은 책 한권을 두고 홀로 자기 내면과의 만남을 가져보면서 휴식해보는건 어떨까?





휴식 - 10점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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