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98) : 익숙한 것과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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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98) :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 책을 너무 늦게 만났고 너무 늦게 읽었다. '보다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의 저작 <깊은 인생>을 읽고 감동에 가까운 느낌에 한 순간에 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다양한 저서들을 하나씩 사서 읽고있다. 이번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그의 첫 저작이자 지금의 구본형을 있게한 스타트라인이다.

나는 이 책을 진지한 자기계발 서적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책의 초반부는 기업 입장에서 바라본 변화 경영과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책을 잘 못 산건가. 예측이 빗나간 것인가! 책의 초반부는 경영자나 CEO, 아니면 중견급 이상의 고위직책을 가진 직장인이 읽어야만 할 어떤 기업가 정신 바이블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두번째로 놀랐던 것은 이 책의 출판년도였는데, 1998년 출간이 아닌가.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혼란을 겪을 때 저자는 평생직장이 없어짐을 역설했으며 1인기업의 개념을 외쳤다. 그리고 근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그가 예측했던 미래는 현실이 되고있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기업 혁신에 대한 내용은 사실 현재 기준으로 읽기에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아니, 모든 기업에서 '비전'이나 '계획'으로 내세우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혁신, 변화, 창조, 창의. 하지만 과거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으리라는 점에서 구본형의 천리안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기업이든 국가든 어쨌거나 개인이 모여 있는 집단인 이상 개인의 혁신이 없다면 기업이나 국가의 혁신도 없을 것이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물 흐르듯이 개인 자기계발 내용이 나온다.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내용.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40대 남성으로서의 자기 고민, 즉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는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고 자신의 삶을 바꿔보기로 마음먹고 이 책을 썼다. 나는 그의 이야기가 참 좋다.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느즈막한 나이에 자신의 비전과 알맞은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난 스토리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게다가 희한할만큼 그의 이야기에 대부분 동의한다. 무언가에 동의한다는 것은 그 내용이 나의 사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음을 뜻한다. 가령 '돈이 최고다'라는 명제가 있을 때 내가 그것에 동의하는 것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도 '돈이 최고다'라는게 있는거고, 반대한다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 굳건히 믿는 '돈이 최고가 아니다'가 있기 때문이다.

100% 까진 아니겠지만 그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것들이 지금 내가 글로 쓰고 강의를 할 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한탄하듯 이야기하는 그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그와 만난적이 없고 겨우 이제 그의 책 2권을 독파했을 뿐인데도 이토록 닮았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책이 말하는 ‘변화’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저자는 “변해야 산다”는 이 시대의 극단적 강요를 ‘변화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놓는 특유의 인문학적 화법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판은 그중 지난 10년 동안 자기혁명을 이룬 독자의 글을 실어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자기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그 독자는 바로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다.(‘나의 자기혁명 일기’) 그는 자기 인생의 다섯 번의 분기점에서 이 책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IBM에서 경영혁신 팀장을 지낸 변화경영 전문가로서 저자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은 ‘1인 기업론’(4장 1인 기업가로 다시 시작하라)과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론(7장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다섯 가지)이다. 1인 기업론은 자신을 한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1인 기업으로 규정하라는 것인데, 이를 통해 회사와 고용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다. 이는 직장의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줄 새로운 인식론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1인 기업, 그 여덟 가지 경영 원칙’은 1인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다섯 가지’에는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하는 방법부터 이를 이루기 위한 시간관리 방법까지 소개되어 있다.

정해진건 아무것도 없다. 저자는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계속 변해야한다는 것 뿐이다."라고 변화의 본질에 대해 역설한다. 피터 드러커가 얘기한 지식근로 사회는 이전과 전혀다른, 말하자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타이틀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듯 보인다. 계속 변화하기 위해 우리는 익숙한 것과 결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항상, 매번, 매순간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하고 다시 익숙한 것을 만들어가야한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조금씩, 한걸음씩 변하면서 쌓인 시간의 탑은 몇 년이 지나면 확연하게 차이난다.  얼마전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내 친구들 중 절반은 'X배너'나 'A배너'가 무엇인지 모른다. '지출결의'나 '품의'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기본적인 회계단어만 언급해도(이를테면 소득세) 대화가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목격하곤 깜짝놀랐다. 혁신하고 변하려면 기본적인 용어는 알아두는게 좋다. 계속해서 익숙한 것과 결별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책 전체에 호소력 짙은 저자의 목소리가 베여있다. 현장 경험과 직장인을 벗어나 개인경영자로서의 삶을 먼저 살았던 그의 이야기는 많은 귀감이된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나태해진 자신을 재충전하고싶을 때 읽으면 좋다. 간만에 별 5개짜리 책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 10점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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