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갈증이다. 블로그에 2,600번째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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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갈증이다. 블로그에 2,600번째 글을 쓰면서.

와우. 2,600번째 글이라니! 블로그 글 카운터가 2600이 넘었다. 100단위로 갱신되는 글 카운터를 보자니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잠시 추억에 젖었다가도, 내가 첫 글을 썼을 때의 나쁜 시선들과 의견들이 거의 대부분 틀렸음을 이해하곤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남들을 나를 잘 몰랐다. 심지어 나도 나를 잘 몰랐으니 내 생각을 포함한 모든 의견이 지금 시점에선 덧 없다.

"니 같은 놈이 글을 쓴다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어때?" 얼굴 하얗게 질리면서 사람들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때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땅을 바라봐야만했다. 나는 그저 듣는 입장이었고, 당신의 말이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젓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처음 블로그에 썼던 글. 카운터 1을 가진 그 글에는 '된장 사이소'라는 제목이 붙었다. 여기서 '사이소'는 '사세요'를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론 된장을 파는게 아니라 구매하는거다. 예전에는 물고기 밥이나 양식 재료로 쓰기 위해 집에서 못먹는 된장을 사가는 문화가 있었다. 된장을 사라는 사람에게 된장을 팔아야하는 재미있는 문화인데, 아무튼 이 글이 내 첫번째 글이다.

지금 읽어보면 이 글은 참 조잡하고 허접하다. 문장이 거칠고 맞춤법이며 띄어쓰기며 틀린 부분이 수도없다. 그럼에도 이것이 의미있는 이유는 나 스스로 아무런 반대급부없이 썼던 첫번째 습작이자 내 의지대로 마음껏 써내려갔던 인생의 첫번째 글이기 때문이다. 가수는 노래제목 따라가고, 작가는 책 제목 혹은 글 제목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은 '된장'이라는 주제처럼 아무에게도 읽히지 못한채 고스란히 숙성되었다. 2009년 11월, 내 첫 스토리텔링 습작이 탄생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작법을 배우지 않았다. 내겐 글 선생이 없다. 그래서 내 글은 전형적이지 않으면서 기준이 없고 거칠다. 말하자면 5성급 호텔의 고급 식사요리가 아닌 난전의 떡볶이 같은 것에 가깝다. 나는 기술로 글을 쓰지 않고, 경험이나 생각으로, 때로는 하고 싶은 마음속의 말을 대신해 글을 썼다. 여기엔 '나'라는 주관적인 견해만 있을 뿐, 객관적인 논리나 메시지는 없다. 그래서 내 글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특정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만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아틱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떻게 2600개의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의아하다. 첫 글로부터 지금까지 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키보드를 몇 개 갈아치웠으며, 손가락 마디의 연골은 나이에 안어울리게 닳았다. 겨울엔 동상으로, 여름엔 땀띠로 고생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치 못했던 이유는 단순히 내가 그걸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이 강력한 느낌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다른 그 무엇을 한들 해소되지 않는다. 내게 글쓰기는 갈증이다.

2010년으로 기억한다. 잘나가는 한 신문사 기자분은 내 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같은 작가라는 직업군에서 나같은 놈은 그들 시선에선 이방인이였고, 제대로 배운적도 없이, 스승제자 관계도 없는 난 고작 돌부리에 불과했다. 내 글이 수치스럽다고 욕해도 할 말은 없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내 블로그에는 2600 카운터가 찍혀있고, 그 기자분보다 단독저서 2권이 내게 더 생겼다. 월급은 뭐, 잘은 모르겠지만 얼추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한다.

글을 읽는건 금방이지만 쓰는건 오래걸리는 법이다. 최소 몇 달은 꾸준히 써야만 100단위의 숫자가 갱신된다. 그래서 카운터가 갱신된다는건 분기별 상여금처럼 기쁜 일이다. 나 혼자만의 만족일지라도 기분 좋은 숫자다.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고, 몇 시간후엔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하는 날이다. 잠을 줄이면서 글을 쓰고 피로감을 느끼면서 아침에 일어나야하지만 이 생활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이야기를 내 힘으로 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든 음악이 가장 듣기 좋고, 내가 쓴 글이 가장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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