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들이 바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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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라는 단어는 주로 나쁜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단어 자체에는 나쁘거나 좋거나에 대한 숨은 가치는 없다. 중독이라는 단어는 그냥 중독일 뿐이다. 우리는 사랑에 중독될 수도 있고 행복에 중독될 수도 있다.


내가 군복무 시절 가장 힘들었던점은 인터넷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자유를 빼앗긴 시간들은 무척 괴로웠다. 나는 오래전부터 컴퓨터 혹은 인터넷 혹은 그외 뭐라고부르건, 모니터 화면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중독돼 있는게 분명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중독을 무조건 나쁜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학생 때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면, 항상 들었던 말은 "공부 좀 해라"였다. 나는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고 싸이월드도 했지만, 공부도 했고 프로그래밍 개발도 했고 음악 작업도 했었다. 부모님 세대의 고정관념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중독을 판단하는게 쉽지 않은건 사실이다. 


요즘 스마트폰 중독은 마치 흡연보다 더 심한 중독자처럼 여겨진다. 스마트폰 중독을 상담해준다는 무슨 포스터를 본적이 있는데 나는 그게 참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2020년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은 스마트폰 중독자이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중독자다. 그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조차 높은 확률로 스마트폰 중독자일 것이다.


나는 중독된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만 이끌 수 있다면, 유용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예를들어 스마트폰 중독인 어떤 아이는 나중에 훌륭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빌게이츠가 될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는 아이는, 10년 후에 제2의 페이커가 되어 전세계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운명인지도 모른다. 모든 부모님이 그렇진 않겠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는 핑계로 어쩌면 아이의 재능과 꿈을 말살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 이다. 


나는 컴퓨터 중독자였고, 인터넷 중독자였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중독된 상태인 듯 하다. 나는 그 컴퓨터로 일을 하고 그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메일로 비즈니스를 처리하고 온라인 SNS 마케팅 광고 시장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전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내 무대이다. 


나는 컴퓨터 공부가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관심분야에서 모르는걸 알게 되는 경험은 아주 강렬해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컴퓨터 학원에 가서 키보드 치는 방법을 배웠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배운다. 어디서? 인터넷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시장은 대단히 주목받고 있다. (zoom 이라는 회사의 주식을 보시라.) 오늘날에는 인터넷, 혹은 컴퓨터, 혹은 디지털, 혹은 IT 혹은 콘텐츠 계열의 중독자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나는 관심종자 기질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관심받는게 좋았다. 이런 기질은 나를 블로그로, 페이스북으로, 인스타그램으로, 유튜브로 이끌었고 지금은 책을 5권 쓴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문제이지 제대로된 방향이라면, 나는 중독이 오히려 어떤 이의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미에서, 그 무엇에도 중독되지 않고 삶을 마감하는 사람보다는 무언가에 중독된듯 미친 사람이 되는게 어쩌면 더 낫지 않을까? 


나는 급수 높은 인터넷 중독자이지만, 아주 가끔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떨어져 지내려고 노력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오래도록 참았다가 먹을때의 그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다. 잠시 떨어지면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 정리할 수 있다. 나는 잠시 떨어졌을 때, 동네를 혼자 산책하고, 방을 정리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책장에 잠들었던 책을 깨워 읽어보기도 하며 가만히 앉아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멍 때리기도 한다. 


때로는, 미친듯이 사랑하는 무언가와 잠시 떨어져보는 것도 좋겠다. 중독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중독을 지배할 수 있다. 시간을 지배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건 언제나 가능하다. 나에겐 세상을 바꿀만한 능력과 실력은 없다. 하지만 중독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주변을 바꾸고 자기 자신을 바꾼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건강에 치명적인 중독만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중독이 아니라면, 중독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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