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의 매력 포인트와 내가 생각하는 단점
- 일기
- 2021. 2. 19.
클럽하우스에 가입해두고 며칠간 들어가보지 않다가 이번에 몇 시간 동안 마치 파도타기하듯 둘러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말 유용한 방도 있고 다들 재미있게 이 클럽하우스라는 색다른 SNS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실시간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다가 자신의 장기나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점에서 클럽하우스만의 매력은 분명한 듯 보인다.
처음 클럽하우스에 갔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콘텐츠가 아카이브 되지 않는점은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여러곳에서 이야기들을 들어본 결과,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이 클럽하우스에서 콘텐츠를 아카이브하지 않고 오로지 실시간으로만 하는 이유는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이 타이밍을 놓치면 다음번엔 절대로 똑같은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는점이 클럽하우스의 또 다른 매력으로 보인다.
성대모사 방은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활동하는분들 모두 매너있게 행동하면서도 웃기게 표현해주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들었다. 무슨글 쓰세요라는 방은 작가로서 접속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는걸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공감가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들 나누어 주셔서 흥미롭게 들었다. 뭔가를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전화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라디오를 듣는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라디오를 듣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미혼남녀들이 소통하는 방에도 들어가보니 주제가 흥미로워 재미있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갔고 다른 사람들의 색다른 경험과 독특한 생각이나 개념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외 방이 좀 더 유용한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영어를 능숙하게 잘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겠다. 나는 영어에는 젬병이라 1시간 정도 방에서 있었던 것 같은데 1/3도 채 못 알아듣고 겨우겨우 고개만 끄덕이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영어를 능숙하게 스피킹/리스닝 하실 수 있는분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좋은 리스너 또는 좋은 스피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유용한 방들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마지막에 있던 콘텐츠 마케팅 방은 꽤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건 한계가 분명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기능같은게 있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현재 클럽하우스에는 아주 흥미롭고 관심가는 분야의 많은 방들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고, 색다른 경험을 나누는 분들이 많아지는 분위기이고 클럽하우스 자체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좀 더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관련 방들이 많아서 아주 젊은 친구들보다는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좀 더 어울리는, 그런 SNS가 아닐까 생각된다.
리스너로 활동하는 것으로도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얼굴도 없이 목소리만으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게 참 재미있다. 지금까지 SNS는 주로 시각적인 콘텐츠 위주였고, 거기에 따라 다양한 기법들이 많이 발전을 했었는데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목소리로만 소통을 할 수 있으므로 아주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을 노출하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건 특장점인 것 같다. 얼굴이 노출되면 아무래도 신경쓰게 되고 이미지에 집착하게 될텐데 클럽하우스는 말하자면 팬티 바람으로도 몇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을테니 자유로운 분위기가 참 좋다. 무엇보다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그 향기랄까...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차분하고... 즐거운데 시끄럽지 않고,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그런 분위기. 카페나 와인바에 어울리는 그런 향기.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매력포인트, 장점들이었고 이제는 단점들.
첫번째. 일단 아카이브 기능이 없다. 이건 장점도 될 수 있지만 역시나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는 단점이다. 콘텐츠는 기록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중요한데, 클럽하우스는 이야기했던 내용을 기록해둘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똑같은 얘기를 여러차례 해야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역시 주제도 제한적일 수 밖에는 없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저장되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솔직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휘발되어 버리는 그런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유명인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들을 수 있고, 재미있는 방에서 신나게 떠들 수 있지만, 그게 끝나고 나면 남는건 없다.
두번째 단점은 방장이 어떤 스타일로 방을 이끌어나가는지에 따라 방 전체의 분위기가 아주 많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A라는 방에 여러 명의 사람이 있다고 할 때, 방장이 이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어떤식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는지에 따라 방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굉장히 지루해질 수도 있다.
세번째. 말을 시시콜콜 길게 하는편이 유리하고 좀 더 재미있다. 예를들어 어떤걸 설명할 때 핵심 부분만 설명하는 방식은 클럽하우스에는 적합하지 않다. 라면을 끓인다고 할 때, 클럽하우스에서는 냄비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고, 봉지를 뜯고.... 등등 차례차례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방식이 좀 더 적합하고 사람들도 이런걸 원할 것이다. 반대로 단순히 그냥 라면 끓인다라고 하면 내용이 함축적이 되어서 '말'로서 소통해야하는 클럽하우스에는 부적절하다. 이런 메시지 함축 방식은 글을 쓸 때는 대단히 효율적인데 비해 클럽하우스에서는 안맞다.
네번째. 글과 비교할 수 밖에 없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는게 다소 어렵다. 즉 처음부터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라 중간부터 듣게 되면, 맥락을 유추하기 힘들고 지금까지 있었던 내용을 알지 못해서 정보를 반쪽으로밖에 얻을 수가 없게 된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유용성 측면에서는 뛰어난점도 있지만, 안좋은 점도 꽤 많다. 여러가지 유용한 주제들이 많지만, 그런것들을 획득하기가 클럽하우스에서는 대단히 어렵다.
다섯번째. 작은 클럽하우스 방에서도 우리 사회처럼 일종의 연맹과 연합이 있다. 보통 지금까지의 SNS는 주로 1인미디어 성격이었다. 그러니까 나 혼자 콘텐츠를 만들고 나혼자 올리고 나 혼자 운영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방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모든 사람을 100% 모르는 상태에서 운영하기보다는 실제 친구나 실제 지인과 함께라면 더욱 친화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 타임이 가능할 것이고, 이건 참여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1인으로 방을 개설해서 운영하기보다는 아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실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섞여있는 상태에서 커뮤니티처럼 방을 운영하는게 좀 더 나은 전략이 된다. 이렇게 될 때, 방장의 지인이 아닐 경우, 이야기에 참여하는게 처음에는 다소 어렵고, 당연하게도 진솔한 이야기는 불가능하다.
여섯번째. 스피커의 이야기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누구나 스피커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학교나 강연장에서 강의를 듣는것은 발표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걸 알고 듣는다.(물론 사짜들도 많이 있지만). 대체로 강연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며 그런 전문성이 해당 강의를 신뢰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아무런 전문성도 없는 사람에게 뭔가를 배우기는 어렵다.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며, 딱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임을 알 수가 있는 경우가 있다(물론 사기꾼도 있지만). 그런데 클럽하우스에서는 구조적으로 스피커의 전문성을 체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고, 생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이런 상황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총평은 장단점이 명확한 클럽하우스라서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처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생각을 바로 말로 뱉는게 아니라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글로 풀어쓰거나 콘텐츠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나같은 사람에겐 클럽하우스는 매력적이지만 몸에는 맞지 않는 옷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