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생강 500원 어치

반응형

안동에는 5일장이 선다.

요즘은 재래시장이 많이 비활성화 되었기 때문에 장날인지도 몰랐다.

 … 마침 나는 시장에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앞을 지나고 있었다.

맞은편 난전(길에 펼쳐놓은 가게)에는 여러가지 채소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거 생강 500 어치만 주소"

"500 어치는 못파니더"


짧은 두마디 대화를 끝으로 양손 가득 짐을 할머니는 되돌아서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아마 생강은 1,000 단위로 판매하는것 같았다. 담겨져있는 양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1,000원어치는 판매할것이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몸을 휘감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봤다.

그때 손에는 무려 4,500원짜리 아이스커피가 있었다.

사실 평소에는 감흥없이 식사후나 간식으로 사먹는 카페에서 파는 그런 커피말이다.

순간 들고있던 커피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많은 어르신들은 절약이 몸에 배여있다못해 아예 철철 넘친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아주 쪼잔해 보인다든지 구두쇠같다고 말할 있겠으나,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우리들이야말로 낭비문화에 찌든 세대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산업사회로 들어서기 전의 대한민국에서부터 지금껏 살아왔기에 무조건 아껴쓰고 무조건 절약하는것이야말로 왕도로 삼을것이다

현대인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남는 반찬을 봉투같은곳에 몰래 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어르신들 몇몇은 몰래 몰래 그렇게 하신다. 여기에는 어떤 행위를 나쁘다고 비난하거나 좋다고 권하거나 하는 문제보다 의미가 있는것 같다.


예전에 읽은 경제학 서적 중에 구절이 생각이 난다.

' 돈을 아끼면 무조건 부자가 된다.'

그러나 촌에 사는 할머니들보다 푼돈을 아끼는 사람을 나는 지금까지 적이 없다. 그들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푼돈을 아끼는데도 불구하고 부자가 아닐까. 누군가는 그런 할머니들이야말로 진짜 부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소수다.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하루에 버스가 두번밖에 없는 구석진 촌에서 무너져가는 폐허같은 곳을 홀로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 서적은 기본적으로 중산계급 이상을 독자 대상으로 하고있는듯하다. 하긴, 500원을 아끼려고 생강을 사지 않는 사람이 10,000원이 넘는 책을 어떻게 사볼것이며, 그들이 그렇게 한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글도 제대로 모를 확률이 높다.


우리들은 많은 교육을 받았고, 언어를 읽고 구사하는데에 지장이 없으며, 500 정도는 얼마든지 투자할 있다. 그리고 돈은 절약하기보다는 재테크를 통해 굴려서 불리는것을 정석으로 삼고있다. 값과 맞먹는 커피를 수시로 사먹고, 길에 떨어져있는 10원짜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항상 돈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그렇다면 진짜 돈이 '있는'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강 1,000 어치를 있는 사람은 아닐까.


반응형

댓글(67)

  • 이전 댓글 더보기
  • 2012.08.21 15:52 신고

    저도 커피를 좋아하는데..
    가격에 거품이 낀걸 생각하니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맥드라이브에서 아이스커피를 사마신답니다~ ㅎㅎ

  • 2012.08.21 15:54 신고

    잘 보구 갑니다!
    아무쪼록 평안한 하루 되시기 바래요^^

  • 2012.08.21 17:20 신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오후 되세요~

  • 2012.08.21 19:15 신고

    좋은 글 잘 읽고 맘에 담아 갑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 2012.08.21 19:36 신고

    많은 생각과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글이군요
    커피 한잔과 생각 500원....

  • 2012.08.21 21:17 신고

    푼돈 아끼면 부자가 된다... 를 저는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봤는데 다른 경제학 서적들도 그러나 보네요.
    마시멜로 이야기보고 이것저것 아껴야 된다는 뉘앙스가 어이가 없던데... 중간과정에 더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안 남는 걸로 봐서 쓸데없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푼돈 모아서 아니라 자기 상사 빽으로 대학교 입학이었던가...?

    • 2012.08.23 09:33 신고

      네~ 맞아요 ㅋㅋㅋ
      근데 마시멜로 이야기같은 경우에는 푼돈을 모은다는 내용보다는 뭐랄까... 나중을 위해 버티는 힘.. 같은 메시징이 있다보니 ㅋㅋ

  • 2012.08.22 00:21 신고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학기중에 맨날 재활치료다닐때 그 비싸다는 카라멜마끼야또를 입에 물고 살았는데요ㅠㅠ

  • 2012.08.22 00:21 신고

    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학기중에 맨날 재활치료다닐때 그 비싸다는 카라멜마끼야또를 입에 물고 살았는데요ㅠㅠ

  • 2012.08.22 00:50 신고

    역시 단돈 100원이라도 아껴쓰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것 같네요^^
    너무 잘봤습니다^^

  • 2012.08.22 01:07 신고

    그러게요. 커피값보다 저런것에 더 아까워하게 되는...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꿈 꾸세요^^

  • 2012.08.22 08:14 신고

    그렇죠.
    많은걸 생각하게 하네요.

  • 2012.08.22 10:14 신고

    저는 사실 돈 버는이유가 쓰기 위해서 라고생각해서 자신의 분수에 맞게 쓴다면 5000원 커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조금 저가 커피랑 일반 테이크아웃은 맛이 좀 틀리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엔젤리xx 아메리카노가 ㅋㅋ그렇다고 너무 돈을 막 쓰는것도 안되겠지요^^

    • 2012.08.23 09:34 신고

      아네~ 물론 커피 사먹는 사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요~
      적절한 소비야말로 시장경제를 살릴 수도 있구요~
      그나저나 엔젤리xx 아메리카노가 좋군요~ 저희동네 거기에는 별루더라구요 ㅠ

  • 2012.08.22 10:37 신고

    생활속에서 얻는 깨달음. 이런 글 너무 좋아요 ㅠㅠ 제가 공감을 하니까 좋은 거겠죠. 티몰스님 글은 뭔가 저에게 확 다가와요^^

  • 2012.08.22 12:46 신고

    다른 곳에서는 아무생각없이 돈을 쓰면서, 오히려 재래시장 그런곳에 가서는 아끼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것 같아요..
    그나저나..사진이 참 이쁘네요 +_+

  • 2012.08.22 13:30 신고

    우리 주변을 보면 그런 경우가 많은것으로 압니다...
    수천원짜리....음료수를 입에 물고..시장에 가서 할머니한테 500원깎아달라고 흥정하는 경우도....

    시장에서 느끼는 그런 기분...그리 좋지는 않더라고요

  • 2012.08.22 13:35 신고

    여자들도 커피가 마음의 여유보다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니깐,젋어보이고 세련되보이고 도회적으로 보이니, 이런 허세감에 가득차서 사먹는 사람들이 많다는 군요.
    요즘 젊은사람들 보면 알뜰이 몸에 베어있는 사람을 찾기는 드문거같습니다.
    밥값에 맞먹는 커피와... 명품들... 수시로 돈이 나가죠.

    괜히 된장녀들이 나온게 아닌것같습니다.

  • 2012.08.22 14:21 신고

    저도 지금 제 앞에 있는 4000원짜리 커피를 보기가 왠지 민망해지네요~~
    500원..1000원..
    티몰스님의 글은 참 많은걸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2012.08.22 14:59 신고

    감동입니다...
    여러가지 환경적인 여건의 차이도 있겠지만,
    오늘 우리들의 안락함 뒤에는,
    오랜 시간전부터 알뜰하고 열심히 살아낸 할머니의 진실된 삶의 가치가 있었음도 알아야 할것 같네요~~^^

  • 2012.08.23 06:09 신고

    정말 많은걸 생각하게되네요.. 작은것에서 이렇게 큰 깨움을 줄지...
    오늘도 힘차게 보내세요!!

  • 2012.08.23 08:19 신고

    생강 500원 커피 4,500원 비교 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