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전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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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문가는 누구일까?
예전에는 농부나 어부가 전문가였다. 그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어떠한 감각과 정신적 지식을 바탕으로 남들이 보기에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척척해 내기 일쑤였다. 어떤 식물은 언제 피고, 어떤 어종은 언제 잡히는지, 또 어종들의 모양을 보고 건강상태가 어떤지 등을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것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즉, 고전 전문가들(농부나 어부 등)은 자연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산업시대에는 기술력으로 전문성을 판단했다.
그들은 냉장고를 조립하고 에어컨을 설치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사용설명서나 설치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기계만을 보고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평범한 사람이 1시간 걸릴 작업량을 그들은 30분 이내에 완료한다. 그들의 전문성은 다른 사람들은 거의 모르는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일반인이 에어컨을 설치해야한다고 상상해보라. 설치설명서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들의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그들은 조립을 하고 설치를 하며 기계와 소통한다. 단지 기계의 ‘삐~’거리는 소리만으로도 기계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그들은 기계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지식사회에서 전문가는 누구일까?
많은 지식,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가, 광고 전문가, 건축 설계 전문가, 토목 측정 전문가 등등.
하지만 지식 전문가들이야말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들은 자연과 대화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기계와 소통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추상적인 정보나 데이터만을 빠삭하게 외우고 있을 뿐이다.
사실 지식전문가의 필수조건은 지식이다. 지식은 배우면 되는게 아닌가? 시간과 환경만 조성된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게 아닌가? 오늘날의 전문가가 농부나 기계공처럼 자신의 전문을 가지고 할 수 있는게 도대체 무엇인가?
자식의 지식을 알려주는 강연이나 컨설팅,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것들로 말미암아 당장에 눈에 보이는 어떠한 결과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전문가들 중에서는 ‘반쪽 전문가’가 넘칠 수 밖에 없다. 농사를 못 짓는 농부는 전문가가 아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는 에어컨 기사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지식전문가는 무엇으로 판단할텐가? 무엇으로 증명할텐가?

어쩌면 오늘날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별 쓸모없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기계공 앞에서 허무해지고, 기계공은 농부나 어부 앞에서 허무해질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이 얼마나 하찮은지 깨달을 테니 말이다.

결국, 고작해봐야 반쪽밖에 되지 않는 어떤 지식을 조금 더 많이 알고, 특화된 분야에 전문성을 조금 가지고 있다 해서 남들을 무시하거나 그들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오늘날 지식인과 전문가들에게 겸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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