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미래에서 과거로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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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눈이 오는 날이었다. 11월 말인데도 새벽부터 시작된 눈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도 계속하여 내리고 있었다. 말그대로 징하게도 왔다. 처음에는 금새 녹아 없어지던 길거리의 눈들이 점차 본연의 색을 드러내며 쌓여가고 있었고, 도로엔 제설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구를 괴롭힌 인류에게 복수라도 하듯 날씨는 점점 더 이상해진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는데, 그것이 정말인가 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눈 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문득 슈퍼스타 공연장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즐기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에도 하늘에서 눈같은 흰 종이들이 엄청나게 흩날렸다. 그땐 너무나 열광했던 나머지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었는데, 지금은 외투를 두 겹이나 입고도 벌벌 떨고있다.

꼭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날씨였다. 눈보라와 함께 칼날같은 강풍이 함께 몰아치고 있었다. 무섭게 내리는 눈을 보며 생각에 잠겨 담배 하나를 피우면서 앞마당을 거닐고 있는데, 쌓여가는 눈 속에서 처음보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갈색에다가 매우 두꺼운 책처럼 생긴 이 물체에서는 희미한 연기마저 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누가 또 우리집 앞마당에 쓰레기를 버린거지?' 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밤이나 새벽에는 취객, 불량배, 자신들이 최고인 줄 아는 열정의 젊은 학생들이 길거리를 아무렇게나 어지럽히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니까.

나는 쓰레기를 없애버릴 요량으로 한 껏 인상을 찌푸린 채 다가갔다. 그 물체는 확실히 책이었으나 매우 얇은 종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게다가 양장본을 뛰어넘는 사철 방식을 쓴 듯 매우 견고해 보였다.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이상한 제목이 붙어 있었다.

<미래에서 과거로 부치는 편지>


아니, 중간 중간 히브리어와 닮은 이상한 문체가 있긴 하지만 제목부터 본문까지 전체적으로 한국어가 아닌가? 왠 정신병자가 쓴 책인가보다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첫 페이지를 펼쳐 읽어보았다. 그때부터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사진 SP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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