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 미래에서 과거로 부치는 편지] 주 3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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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자의 기록 - 주 3일제

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즐거운 목요일이다. 퇴근 시간대라 길거리엔 많은 인파가 있다. 주말을 맞아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어떤 회사의 부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술집으로 들어가는 연인, 떼거지로 몰려가는 대학생 OT그룹, 간만에 외식을 나온 단란한 가족에서부터 부인 몰래 친구들을 만나는 듯한 표정을 가진 중년 남성 그룹과 남편 몰래 커피숍으로 들어가는 중년 여성 그룹도 보인다.




주 3일제가 법적으로 강요된지 수 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야근과 휴일 출근은 익숙하다. 주 3일제든 주 4일제든 관계없이 요즘은 회사 CEO의 재량에 따른 출 퇴근이 유행이다. 범지구 세계 고용노동 전체 정례회의에서 법으로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으니 월급을 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최대한 직원들을 배려해주되 부득이 할 때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이 통과된 까닭이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조금 규모가 있는 회사이기에 주 4일제라도 운영할 수 있다. 우리 회사와 함께 일하는 하청업체이나 많은 중소기업들은 일주일에 며칠을 일하든 관계가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작은 회사면 작은 회사일수록 법에서 멀어져 있다. 나는 그 회사의 CEO들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친해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과거 직장인일 때 주 3일제를 강력하게 외치던 사람들이었다. 당시 각종 노동조합을 새롭게 만들어서 홍보 팜플렛을 나눠주었던 사람이며, 주 3일제를 바라는 직장인들의 모임의 회장을 엮임한 사람도 있고, 술자리만 되면 주 3일제가 아니고서는 살기가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던 사람도 있다. 이상한 일이다. 막상 그들이 CEO가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과거를 잊은 것처럼 행동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현인들의 말씀이 진짜인가보다.

얼마 전, 갑자기 '과거에는 일주일에 며칠을 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어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대략적으로 주 6일에서 주 5일, 주 5일에서 주 4일로 변경되었다가 이제 주 3일이 정착된 시점이었다. 회사에서 어떤 융통성을 발휘하여 운영하든 공식적으로 변경된 '일하기 문화'는 사람들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요즘에는 여름 휴가나 겨울 휴가가 없다. 학생들도 일주일에 3일만 학교에 등교하고, 나머지는 사교육이나 자체 조달한 교육에 관한 디지털 장비들을 활용하여 세상을 배워나간다. 내가 학창시절 땐 존재했었지만 이젠 방학이란 개념도 사라졌다. 그동안 관광산업의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일하는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퇴근 후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상이 되었다. 여행지에 가서도 일하는 문화가 생겼다. 유명한 관광지엔 틀림없이 클라우딩 시스템을 적용한 노트북을 마련해 둔 WORK CAFE가 있다. 노트북을 시동한 후 홍체와 지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집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운영체제와 파일들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급한 업무는 여기에서 처리하면 된다. 단란한 여행지에서조차 업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고도로 발전된 전자공학과 GPS 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일주일에 3일만을 출근하는 것에 대해 기뻐한다. 3일은 회사에서, 나머지 4일은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단지 출근을 하지 않고 오전 8시 59분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좋아한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기상하여 샤워하고 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은 다음 회사까지 가는 시간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최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1년 365일 재택근무가 정착된다면 많은 시간을 자기 시간으로 할애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정말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들과 협업이 가능할까?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성격, 성향, 목소리도 알지 못해도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누구와 일하는 걸까? 사람? 로봇? 외계인? 해커? 아빠의 계정을 몰래 사용 중인 중학생?


 <미래에서 과거로 부치는 편지> 中 일부에서 발췌



사진 Nana B Agy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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