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2 4화, 배신을 위한 배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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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지니어스2를 1편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이유가 있다.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만화 <도박묵시룩 카이지>나 <라이어 게임>등의 컨셉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 지니어스 1편에서는 <도박묵시룩 카이지>의 가위바위보 게임 등이 나오기도 했었다. 만화에서는 사람들의 극적인 심리와 배신, 극도의 아찔한 상황, 돈과 인간성에 대한 고찰 등 사회적인 문제들 대부분이 녹아있고, 그것을 매우 자극적으로 표현해준다. 더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은 그것들을 때로는 인위적으로 때로는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방송된 더지니어스2 4화의 메인매치는 바로 암전 게임. 이 게임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5:5로 팀을 나눈 다음 자신들만의 전략을 통해 암전이 되는 1분동안 경계선을 넘어가서 점수를 획득하거나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자리를 지키는 전략을 통해 나중을 도모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는 5번씩 인원에 맞게 이어지며 10라운드 이후 최종 점수를 종합하여 더 많은 점수를 이긴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 게임에서는 수비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이 게임은 또한 단 1명의 배신자만 영입할 수 있다면 거의 완벽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아무런 배신자가 없는 상태에서 두뇌싸움으로만 이 게임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최고의 수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이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선공이 아니라 선수비를 하는 것이다. 남은 상황을 모두 지켜본 다음 자신들의 움직임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홍진호 팀장의 가위바위보 승리로 홍진호 팀이 유리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된다.

현재 4편까지 방송되었지만 생각외로 황제 임요환의 활약은 미비하다. 이번 편에서 포인트가 되는 인물은 이은결, 노홍철, 조유정, 이두희, 홍진호다. 이번 편의 배신자는 이은결. 메인매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방송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이은결이 배신을 결심한 배경에는 선공인 자신의 팀보다 선수비인 홍진호팀이 유리하다는 상황이 깔려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은결은 배신을 결심했고 배신자의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해주었다. 중간다리를 걸치고 있던 전략적인 두뇌싸움을 시작한 이상민과는 차별화되게 전혀 의심받지 않도록 조용히, 그의 주특기인 마술처럼 암묵적으로 움직였다. 이은결은 자신의 배신으로 인해 탈락하길 원하진 않았다. 결국 자신의 팀을 패배시키고 나서 유력후보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은 임윤선, 이상민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은결의 선택은 은지원. 노홍철, 이상민 등 네임벨류 연예인들의 떨어지지 않는 결합성을 보고 한번쯤 파괴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것이 같은 편이든 다른 편이든 노홍철과 은지원은 마치 영원한 동맹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은 프로그램 자체를 위해서도,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궁극적으로 이은결 자신을 위해서도(나중에 같은 편이 되거나 둘 중 한명과 데스매치 등에 진출했을 때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때) 옳지가 않다. 결국 이은결은 배신을 하는 대가로 데스매치에 은지원 지목을 선택한다.

이은결 입장에서 은지원의 지목은 괜찮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데스매치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팀장 임윤선과 배신의 냄새를 풍겼던 이상민, 연약한 동물처럼 미진한 활약으로 인해 데스매치에 진출할 경우 왠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임요환 등 자신을 제외하면 데스매치 대상자는 많았으니까. 내가 볼 때 이은결은 홍진호의 팀원들 모두를 믿은게 아니라 홍진호를 믿었다. 아닌게 아니라, 현재까지 홍진호팀은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 하고있다. 더지니어스2에서 조차 홍진호는 특유의 두뇌와 전략으로 정말 '룰브레이커'가 되고 있다. 게다가 팀장이었던만큼 홍진호 쪽을 믿어보는게 가장 최선의 선택. 하지만 놓친 부분은, 노홍철-은지원과의 그동안의 인연이라는 오래된 끈과 홍진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 발생되던 이두희의 인맥에 근거한 발언과 조유영의 배신을 위한 배신이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은결은 메인매치를 조금 더 극적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더지니어스2는 그런 곳이다. 홍진호 팀은 너무나도 쉽게 게임을 이겨버렸다! 모든 정보가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모든 정보가 아니라 의심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5라운드 중 2개는 패스, 3개의 정보를 주는 것으로 거래를 했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누구의 말처럼 "이은결 때문에 이긴건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사실 5번 모두의 정보가 아니라 3번의 정보만 준다하여도 5라운드 후공인 홍진호팀은 충분히 필승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이번 편에서 이해할 수 없는 요소는 노홍철, 이두희, 조유영의 배신이다. 사실 이 세사람의 배신이 없었다면 데스매치 상대는 은지원과 임윤선 혹은 은지원 이상민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돋보이는점은(그리고 묻히는 점이지만) 임윤선의 후반 각성이다.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게된 후 임윤선은 자신의 팀원 섭외에 발빠르게 대응한다. 이 전략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은지원에게 이은결을 지목하도록 하는 효과와 혹여나 자신이 데스매치에 갔을 경우 같은 팀원들에게 도움을 받겠다는 복안이 그것이다.(같은 팀원들은 은지원을 도와주거나 임윤선을 도와주거나 둘 모두 도와줄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을텐데, 그 전에 작업을 해두려는 빠른 판단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했다. 임윤선은 운 좋게도 데스매치에 가지 않았다. 이두희의 이해하지 못할 배신자 알려주기와 조유영의 배신을 위한 배신 덕분이다.

그럼 이쯤에서 이두희와 조유영의 생각을 더듬어보자. 조유영과 이두희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은결에게 도움을 주어야 옳다. (노홍철도 마찬가지) 거래를 했고, 그 거래 덕분에 손쉽게 이기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가넷을 벌고자 했었으면 오히려 더 이은결에게 투자하는게 옳다. 자신의 팀원은 5명이고 다른 팀원은 3명이니 확률적으로도 이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조유영과 이두희는 여기에서 판을 새로 짜기시작한다. 즉, 자신들이 은지원을 도와주게 되면 5:3의 상황이 3:5로 바뀌게 되고, 결국 은지원을 이기게 만들어서 가넷을 벌거나 배신자의 어두운 그림자를 하고 있는 이은결을 탈락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홍진호의 말처럼 더지니어스는 배신이 매우 자연스러운 곳이고, 누군가 배신을 해야만이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제작진은 그러한 게임들을 넣어두었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기게 해 준 다음 데스매치에서 누군가를 지목해달라는 거래에는 '나를 탈락하지 않게 해달라'가 그 거래의 본질인데, 그것을 망각했다. 즉, 배신을 한 사람을 배신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자충수. 이 선택은 시청자의 입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의 게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였다. 지니어스2의 출연진 모두가 이두희, 조유영의 배신을 위한 배신을 알고 목격했다. 그들은 생명의 징표를 얻었기에 자동으로 다음 게임에 진출하게 될터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면 이은결이 이기든 지든 이은결 쪽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다른 출연진들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인데, 그것을 포기하고 은지원을 살려낸다. 더지니어스2 출연진 모두가 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앞으로 누가 그들을 믿고 배신을 하거나 그들의 정보를 믿겠는가?

반대로 홍진호, 유정현은 이은결과의 거래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었다. 지니어스에서 신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홍진호가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것 역시 뛰어난 두뇌회전에 배신을 거의 하지 않는 성품이 더해져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데스매치의 해, 달, 별에서 카드 높낮이 혼선을 주기위해 섞어놓는 모습은 짧았지만 아주 인상적이었다. 2회 때의 해, 달, 별 데스매치에서 높낮이 판단으로 게임의 큰 획을 긋더니 이번엔 한 단계 더 나아가 카드를 아예 섞어버렸다. 이상민은 거기에 속기까지 했다.

더지니어스2에서 배신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걸까? 배신자를 배신하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하는가?
조유영, 이두희의 생각도 100% 틀린 것은 아니라 하겠다. 어쨌거나 자신들은 승리했고 가넷을 1개 획득했으며, 데스매치에서 누군가를 도와줄지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근거없는 배신과 은지원 도움주기다. 아마, 이은결보다는 은지원이 살아남는편이 다음 게임에서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유력 우승후보이자 지니어스 게임을 이끌어가는 플레이메이커인 홍진호, 이상민 등에게 불확실을 심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리해진 것이 아니라 불리해졌다고 보여진다.

탈락했어야 할 은지원은 예상외로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살아남았고 이은결의 가넷을 얻었다. 아무런 배신이나 활약을 하지 않고도 말이다. 출연진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데스매치에서 가넷거래를 하지 않고도 승리했다. 데스매치에 진출하긴 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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