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85)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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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185)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지금껏 단독저서 2권을 출간하면서, 그리고 (아직은)출간하지 못했던 많은 양의 원고를 쓰면서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되었다. 관심을 가지면 그것만 보인다고 했던가. 책을 쓰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삶이 담긴 책을 쓰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랴? 조금 과장하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책을 쓰고싶어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니, 책이 아니라 원고, 원고도 아니라면 아예 글을 쓰는 사람을 찾기가 드물다. 대중교통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책쓰기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지금껏 만났던 몇 사람들은 책쓰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원고도 쓰고있었다. 어떤 이는 블로그에서, 어떤 이는 에버노트같은 클라우드 노트프로그램으로, 어떤 이는 고전방식인 워드프로세스에 쓰는 사람도 있었고, 손글씨가 좋다며 옥스퍼드 노트에 원고를 집필해나가는 축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적었던 건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멋져보이고 남들에게 자랑하고싶어하는, 허세 가득한 글, 즉 '가짜'였다. 그러니 책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리가. ㄴ 이번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가짜' 책을 쓰는 사람들의 심리를 제목에서부터 꿰뚫는다. 저자는 기존의 것과는 약간 다른 독특한 시선으로 책쓰기를 이야기한다. 챕터마다 삶을 책으로 쓴 사람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서도 <삶을 책으로 만든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 연재로 화제를 모았던 글들을 녹여낸 것이다.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책쓰기에 관한 많은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단어 그대로 '모든 것'을 담고있진 않다. 사실상 1권의 책에 특정 주제를 모두 담는건 지면상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데도 왜 부제목은 그토록 당당한가? 책이란건 우선 판매되는 재화이므로, 잘 팔려야한다. 독자를 유혹할 수 있다면 불법 빼곤 다 할 각오도 있어야겠지. 책은 제목이 좋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저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이렇듯, 책쓰기에 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되짚고 어떤 전략을 세울지 대비케하는 것이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다.

현실적인 의미에서 책쓰기에 환상을 가지면 곤란하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딸랑 책 한 권 쓴다고해서 인생이 180도 바뀌지 않는다. 책을 써서 단번에 성공한다는건 착각이다. 단지 약간의 기회가 생기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채널이 만들어지며, 운이 좋다면 베스트셀러에 포함되어 약간의 돈을 벌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책을 쓰려고 할까? 나를 포함해서 가난한 작가들은 왜 그토록 책에 목을 메는가? 그것은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며,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느낌 때문이다. 더불어 책에는 삶이 포함되므로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책 밑줄긋기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인세 255만 원 벌려고 책을 쓰겠는가? 책을 보름에 한 권씩 쓸 수 있다면 모를까. 고작 255만 원 벌겠다고 몇 개월에서 1년을 끙끙대며 책 원고를 쓰는 것이 과연 경제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일이냐는 말이다.

내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라. 매년 4만 권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저자에게 목돈을 안겨주는 베스트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내용이 좋은 책이라고 꼭 판매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그저 하늘만이 알 뿐이다. 그런데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차라리 로또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본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자주 이야기하는데, 대체로 유머러스한 추억이나 책을 쓴 뒤의 성공담이 주를 이룬다. 책 내용만 보면, 나도 책 만쓰면 마치 저자처럼 단 번에 유명 강사로 거듭나고, 해외에 초청되어 초호화 호텔에 머물수 있을것만 같지만 현실은 글쎄. 그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저자는 성공한 인물이지만(책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공담 뒤에 감춰진 피땀어린 노력과 역경, 고난, 지면의 부족 탓에 말하지 못했던 많은 스트레스를 파악해야한다. 이런 것이야말로 현역작가와 예비작가의 차이라면 차이일까.

현역 작가인 나로서도 이 책을 읽으며 배운점이 꽤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디테일에 관한 부분이었다.

책 밑줄긋기

감동적인 글쓰기는 디테일에서 온다.

회사를 다니면서 오래도록 글을 못 쓴 상황도 있지만, 개인적 글쓰기 성향 탓에 '내 글은 디테일이 부족하지 않나'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블로그에 북 리뷰를 남기는 타이틀을 '서평'에서 '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로 바꿨다. '서평'이라고하니 뭔가 딱딱하고 재미없는 느낌이 강해서 예전부터 바꾸고 싶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서평'이라하니 너무 장황해서 부담이 있었던 까닭이다. 후보로는 '인생은 책이다'가 있었는데, 책이 인생이고, 인생이 책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다.'로 끝나다보니 약간 훈계조가 되는 것 같아 최종심의에서 제외했다.

책을 쓰고자하는 예비작가든, 오늘도 열심히 집필에 매진하는 현역작가든, 책쓰기나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의무이자 업무의 일환이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책을 써야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책을 쓰고싶기 때문이다. 모든 삶이 책이 될 수 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서 당신의 삶이 어떻게하면 책이 될 수 있을지 찾아보면 어떨까.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8점
임승수 지음/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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