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 - 외로움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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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이트(블로그 글쓰기) 외로움과의 전쟁

글쓰기 자체는 본디 외로운 것이다. 외로움으로 글을 쓰고, 외로워서 글을 쓰다가 결국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쓰게된다. 글쓰기란 자신과의 대화이자 영혼의 울림이기에 글쓰는게 외롭지 않다면, 그것은 글이 아닌 가십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 역시 '콘텐츠로서의 글' 자격을 갖추기 시작하면 외로워진다. 그래서 블로그 글쓰기는 외로움과의 전쟁이다.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글이 꼭 좋은 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블로그에서 가쉽거리를 다루고 이슈만을 추종하는, 말하자면 '휘발성 콘텐츠'를 생산하는 많은 블로거들이 있다. 그 포스트는 많은 댓글과 공감 카운터를 얻고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방문자를 모으겠지만, 그 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정보라면 차별성은 없다.


외로움이라는 위기

독특한 것, 차별화된 것, 바보같고 미친사람 같은 콘텐츠는 처음에는 인기를 끌지 못한다. 반 박자 앞서있는 문화는 일반 대중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해리포터>는 엄청나게 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데미안>의 헤르만 헤세나 <죄와 벌>의 도스토옙스키같은 세계적인 문호들도 처음에는 자비 출판을 해야할만큼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의 그들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 경제적으로 외로웠다. 만약 그들이 그때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작품활동을 포기한 다음 다른 일을 했다면, 우리는 <해리포터>나 <죄와 벌>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슬슬 블로그 운영에 적응되어 갈 때쯤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외로움이란 위기다. 그전까진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매우 솔직한 글을 쓴다. 일기를 쓰고 자신이 취재한 맛집이나 여행지를 담백하게 표현한다. 정말로 읽은 책에 대해 거리낌없이 평가를 내리고, 자신이 썼던 글을 여러번 읽으면서 수정하고 고쳐나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이때의 글쓴이는 블로거가 아니라 작가에 가깝다. 작가가 하는 일이 글을 쓰고 고치는 것이니까.

그러다가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하여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인기있는 블로그 만드는 법', '방문자 많은 블로그 운영법' 따위를 검색해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하다싶은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다. 방문자가 엄청난 블로그 몇 개를 즐겨찾기 해놓고 매일 방문해본다. 이때부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내 블로그는 왜 이토록 인기가 없단 말인가!'

결국 인기를 끌 목적으로, 단지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신의 성향에 거의 완벽하게 맞지 않는 이상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IT, 보험, 대출, 연예, 영화, 문화행사, 맛집, 여행, 육아 등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모조리 쓴다. 좋은 사진을 위해 무리해가면서까지 DSLR 카메라를 구매하고, 비용 부담을 느끼면서 이미지 편집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매한다. 글쓴이는 점점 지쳐가지만 올라가는 방문자 카운터를 보면서 거품같은 행복감에 젖는다. '나는 곧 파워블로거가 될꺼야! 분명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내가 바란건 이런게 아니었는데...'라는 패배감을 체험하고 결과적으로 블로그 운영을 하지 못하게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껏 주제가 바뀌고 열심히 운영되다가 거미줄쳐진 대부분의 블로그가 이런식이다. 연기는 언젠가 끝난다. 외로움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블로거의 최후는 더 이상 블로거가 아니게 된다.


내 블로그는 왜 이렇게 인기가 없죠?

나는 전국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블로그 관련 강연을 할 때가 있다. 블로그 강연을 다니다보면 질의응답 시간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 블로그는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요?'다. 시작한지 고작 몇 개월정도밖에 되지 않은 블로거가 내뱉는 질문치고는 상당히 진취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 질문을 바꿔말하면 '제 블로그는 왜 이렇게 외롭죠?'가 된다.

사실 블로거라면 초창기엔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을 이겨내고 꾸준히 자신만의 글을 써나갈 때 비로소 감정적으로 완벽한 인기를 얻게된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된다. 그것이 연필깎기든 과일깎기든 주제는 관계없다. 그 주제가 글쓴이의 관심사고 글쓴이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행복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외로움은 참고 버티고 이겨내야하는 장애물이지 포기를 위한 함정은 아니다. 당신의 솔직담백하고 남들과 차별화 된 글은 인기를 얻을 때까지, 그러니까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당신만의 글은 당신만의 블로그에서 문화적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남들과 대동소이한 글은 문화적으로 빛나지 않는다.

나는 내 블로그에서 에세이, 칼럼 등 장문의 글을 자주 쓰는 편이다. 할 말이 많기도 하고 관심사가 다양해서 이런저런 글들이 복잡하게 포스팅되어 있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뼈에 사무치도록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자 했다면 글 쓸 시간에 페이스북에서 남들과 댓글놀이를 한다든가 아무나 불러내서 술 한잔 기울이며 웃고 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글을 써내려간다.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해당 글이 나만의 글이고 내 블로그를 조금 더 탄탄하게 해 줄 재료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보라. 콘텐츠와 전문성이 어느정도 확보되기 시작하면 외로움을 상쇄할 많은 것들이 찾아올 것이다.


Featured photo credit:  Natasia Causse via flickr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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