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기록] 닭과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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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닭고기. 그러나 예전에 닭 한마리를 잡는건 특별한 일이 있을때만 할 수 있었다. 잔치나 결혼식, 제사가 있다면 아껴 키우던 소나 돼지를 잡았다. 농사가 잘 되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몇 달만에 시장에 나가 물건들을 제 값에 팔아오면 닭 한마리를 잡거나 시장 통에서 손질된 닭을 사와 집에서 먹는 것이 하나의 큰 기쁨이었다.
비교적 최근, 한 달 월급을 노란 봉투에 담아 두툼히 주던 시절만해도 월급날이면 각 가정의 아버지들은 양 손 무겁게 치킨 한마리와 장난감 등을 사서 가족들과 나누며 기쁨을 함께하는 풍습 아닌 풍습이 있었다.

과거에 닭고기는 꽤나 귀했다. 오히려 개고기가 더 흔했을 정도로 지역에 따라서는 닭고기를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덕분에 관련 요리법은 다양하게 발달하기보단 적합하게 발달했다. 주로 닭을 넣고 야채와 양념을 넣어 삶는 형태의 찜류(닭도리탕이나 찜닭 등)나 고기보다 국물 위주로 먹을 탕류(삼계탕 등)의 형태로 발전했다. 지금의 치킨 형태가 되는 기름에 튀기는 방법과 훈제 형태의 불에 직접 굽는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귀한 것 뿐만 아니라 아껴먹을 생각과 탕류 같은 경우 한 번 만들 때 잔뜩 만들어버리는 특성이 있어서, 대체로 요리가 남는다. 과거엔 냉장고같은 전자장비가 없었기로, 남은 닭고기의 보관 장소는 솥 안, 방바닥 어딘가, 부엌 찬장 위 따위였다.

옛말에 "닭고기 근처에 지네가 지나가면 먹을 수 없다"했다. 오늘날 냉장고엔 지네가 없지만, 예전엔 부엌이나 방 근처, 마당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네는 습하고 축축한 곳에 주로 서식하면서 주로 어두울 때 돌아다니는 특성이 있다. 동작이 빠르고 성격이 사나우며 징그럽게 생겼다. 산에 있는 썩은 나무나 고여있는 물 근처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지네는 육식성이다. 한국에 사는 지네는 대체로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드물지만 경미한 독을 품고 있고 주로 밤에 움직이기 때문에 약간의 무서움도 갖추고 있다.

지네는 주로 곤충이나 에벌레, 매우 작은 벌레들 따위를 잡아먹고산다. 보관해 둔 닭고기 위에 지네가 지나간다면, 닭고기에 벌레가 살고있거나 유충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파리 따위가 알을 낳았을 확률도 있고, 지네 역시 위생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닭고기를 먹지 않는게 현명하다 하겠다.

닭고기는 이른바 '바람고기'라 해서 감기가 걸렸을 땐 먹지 않는다. 감기가 걸렸을 때 닭고기를 먹으면 감기가 더욱 심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풍'이 올 수 있다했다. 지네는 식용이 아니므로 먹지 않지만, 닭고기와 지네가 연관된 설화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다른 육류에 비해 닭고기가 부패하기 쉽다는걸 시사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닭과 지네의 관계다. 닭은 지네를 쪼아 죽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닭은 지네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데, 희한하게 지네는 닭고기나 닭 뼈를 좋아한다. 옛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지네를 잡을 때, 항아리 따위에 닭 뼈를 놓아두면 밤에 지네가 몰려들어 쉽게 잡을 수 있었다.(허리가 안좋을 때 지네를 바짝 말린 다음 굽거나 삶아 먹으면 낫는다는 설이 있었다. 닭고기와 함께 삶아 먹으면 효과가 더 좋다는 설도 있다.) 지네는 습한 곳에 살며 땅 속에 주로 기거하는 특성이 있어서 어두운 기운을 갖고 있다. 지네는 비를 내리게한다고 믿었다. 반면 닭은 아침을 깨우는 특성이 있어 밝은 기운을 갖고있다. 어둠과 빛의 관계인 것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지네가 살아있는 닭에게 독을 쏴 죽였다는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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