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인의 아들이다. 지금은 매우 자랑스럽지만 어릴적엔 부끄럽게만 느껴졌던 나의 아버지는 장사꾼이었다. 나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시장통에서 놀았다. 정말 많이도 따라다녔다. 당시에 아버지는 경북 북부지역의 5일장을 돌며 장사를 했다. 안동/진보/영양/영주/청송이 그곳이었다. 제일 마지막 청송은 작은 장터라, 계절이나 상황에 맞게 다른 지역으로 대치될 때도 있었다. 전쟁터보다 더 전쟁터같은 재래시장의 장날. 시끌벅적한 그곳에서 나는 어린시절부터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고객과의 관계,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어떤 인간 내면의 깊숙한 욕심과 범죄 아닌 범죄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쉽게말해서 사람들의 가장 노골적인 부분들을 보면서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