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언의 맛있는 책 읽기](80) 관계의 본심 - 혼자만 알고싶은 인간 관계 심리학

반응형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꼭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심리가 매우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도무지 알아낼 수 없다는것이다.
똑같은 말을 해도 누구에게는 환영을 받고 누구에는 비판을 받는 불편한 진실.
생김새, 성격, 취향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원초적인 심리라는 공통분모로 교집합시킬 수 있을까?
<관계의 본심>의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에 가능하다.




<관계의 본심>의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공통된 반응을 일으키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27가지 심리학 실험을 시작한다.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라는 이상한 문구로 이 책은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통념의 오해에 빠지게 되는데,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은 복잡하고 사람간의 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할 수 없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살아가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관계의 본심>의 저자 클린포드 나스는 27가지 실험을 통해, 우리들의 생각보다 세상은 복잡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이 책은 누구나 경험할 만한 상황들을 과학적으로 추적해보고, 심리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지식을 총동원해서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밝혀낸다.
<관계의 본심>에서 실험으로 도출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데,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알고있는 인간관계의 상식과는 상반된 결과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A라는 남자가 자신은 아부하는 사람이 싫다고 말했다면,
정말로 이 사람은 아부를 싫어하는것일까? 아니면 아부를 받고싶은데 반어법으로 말하는 것일까? 반대로, A라는 남자에게 아부를 해야될까, 하지 않아야 될까?
<관계의 본심> 내용에 따르면, 필요할 경우 이 사람에게 아부를 해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부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심리적으로 아부를 싫어하는 경우가 없다는것을 실험으로 밝혀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가 실험을 위해 사용한 방식이 재미있다.
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라는 방식을 심리학 실험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CASA 란 사회적인 행위자로서의 컴퓨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깜짝 놀랄만한 사실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거나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하거나에 관계없이 태도나 반응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웃기고 있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번의 실험을 거친 후 밝혀진 진실에서는 사람들은 기계가 마치 사람처럼 작동할 수 있다면 그것에 동질감을 느끼고 그 부분에서 심리에 영향을 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아이폰4S 의 기능인 Siri 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같지 않을까.

위에서 예로든, 아부하는 행위를 다시 접목시켜 보자.
사람들은 아부하는 사람을 대부분의 경우에 좋아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하는 아부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그 컴퓨터를 좋다고 생각할까?
결과는 '물론이죠'다. 사람이 아부를 하던 컴퓨터가 아부를 하던 관계없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그 상대를 자신에게 잘 맞고 좋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컴퓨터는 어떠한 감정도 가질 수 없고, 0과1로 이루어진 단순한 기계일 뿐인데도 말이다.

어떻게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계에서도 감정을 느낄 수 있을만큼 심리적으로 연약하고 감정에 목말라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하는 아부에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감정을 가지고있는 객체인 사람이 아부를 하면 그 효과는 곱절로 나타날 것이다.
" 컴퓨터도 할 수 있는데, 나라고 못 할 리 없다! " 라는 저자의 말처럼, <관계의 본심>에서는 조금의 노력과 단순한 방법으로 인간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법칙들이 담겨있다.




심리학 서적으로 권위를 가진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놀라움의 경지로 이끈, 혼자서만 읽고싶은 책 말이다.
<관계의 본심> 은 마치 <설득의 심리학>의 확장판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들어 심리학 서적은 자기계발 분야와 맞물리면서,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 느끼는 솔직한 감정으로는, <관계의 본심>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픈 욕심이 든다.
오랜시간을 들여, 이렇게 서평을 적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있는 나는 지금 감정에 반대되는 일을 하고있는 셈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자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 만든 결과들을, 책으로 세상에 내놓은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것이다. 세상에 내놓았으니 나도 읽을 수 있었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이유는 돈을 더 많이 벌기도, 좋은곳에 취업하거나 프로젝트를 발주하거나 영업력을 키우기 위함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다. 그런점에서 볼 때 단 한명이라도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면 독차지 하고픈 욕심은 버려두는게 도리일것이다.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것이 사람이다.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인생이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그러나 성격이 다르다는것은 맞추어가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한다.

<관계의 본심>에서는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지침들을 제시한다.
지금 당장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들도 있고, 경영자나 기업의 임원들이 사용해봄직한 결속력에 대한 부분(part3)들은 직함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차가운 과학으로 뜨거운 인간관계를 분석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 책은 심리적인 현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는데 일가견 할 수 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책이고, 기다렸던 책인데 나의 입맛을 만족시켜준 책이다. 별 다섯개다. 반면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내용 이해가 어긋날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책이다. 국내 서적으로 <사장의 본심> 이 있는데, 제목이 비슷하다고해서 같은 난이도로 생각한다면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흥미로운 주제인만큼, 생소한 용어들도 있으며(옮긴이의 친절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지만) 독자의 수준에 따라 지루함을 느낄수도 있기에, 철저히 정독을 권하고싶다.

인간관계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스러울 때에 사용해봄직한 전략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면, 이제부터는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하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관계의 본심 - 10점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 방영호 옮김/푸른숲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