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기 하면서 느꼈던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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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던 날, 이삿짐 다 빼고 둘러보면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그동안 나에겐 소중하고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다른 지역으로 아파트 갈아타기를 하는 과정에서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여러번 듣게 되었다.

"거기가서 망하면 어쩔건데?"

그리고 다른 지인들과 친구들에게도 아파트 갈아타기 + 다른 도시로의 이사를 추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그건 나에겐 불가능해..."
"그런건 쉽지 않아"
"거기가서 망하면 안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성공적일수도 있고 실패적일수도 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래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서 너무 크게 스트레스 받고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쪽으로만 나아가려고 한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개인적으로 깨달은 점 중 한 가지가 있다. 때로는 너무 머리쓰거나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진행하는 아파트 갈아타기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기존에 살던 집은 2019년에 매수한 아파트였는데 개인적으로 정들었던 집이다. 여기에서 좋은 일들도 많았고, 안좋은 일들도 몇 번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운 좋게 돈도 많이 벌었고 일도 나름대로 잘 되어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여기에서 살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고 알게 되어서 소통할 수 있었다. 이웃들도 모두 친절하였고 집에 놀러온 지인들도 많았어서 즐거운 시간도 자주 보냈다.

여기로 이사를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으로 6년 넘게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여기로 처음 이사를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추억들도 많고 나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는데 여기를 떠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뒤숭숭하고 이상하다.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시원섭섭한 마음도 함께 든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잘 살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다. '익숙함으로부터의 도피'는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자기 자신을 더 큰 경쟁 속으로 밀어넣고 익숙함이 아니라 새로움과 불안함을 파도처럼 타고 흘러가야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중에 나이를 먹었을 때 후회할 것만 같았다. '그때 그렇게 할 걸...'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는 과정에서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을 꾸준히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분들이 나를 걱정해주기도 하고 응원해주기도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외롭고 고독한 글쟁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그것을 내 운명으로서 감수할 용의가 있었다. 최근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동안 나를 생각해주고 도와주고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점을 떠날때가 되어서야 어렴풋하게 알게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나중에 다시 이 글을 읽어볼 때, 지금의 결정을 잘 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나중에 그 선택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후회냐 아니냐가 그 사람이 그 일이 있은 이후에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내친구 A씨는 지금 자격증 공부에 힘쓰고 있는데 이 친구가 맨날 하는 말이 "아... 학교 다닐 때 따 놓을 걸..."이다. 그것은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다면, 과거의 선택은 후회가 아니라 잘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나가야한다.

인터넷에 보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주제의 글들이 많다. 그런 글들을 몇 개 읽어보면서 구체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라는게 뭘까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건 아무래도 "얼마나 익숙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도시를 옮긴다는 결정이 고난이도이므로 많은분들이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를 살기 좋다고 부르는 듯 하다. 예를들어 서울 사람은 서울이 살기 좋다고 하고, 부산 사람은 부산이 살기 좋다고 말하고, 대구 사람은 대구가 살기 좋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래서 익숙함을 가지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 있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에도,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 그 동네에 빨리 익숙해져야한다는게 정설일 정도다. 슬리퍼 신고 그 도시에 가보라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경험상 광역시나 광역시 배후도시 정도급이 아닌 지방소도시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지방소도시의 분위기는 진짜 재미있게도, 거주민들과 로컬들 스스로가 "여긴 살기 안좋다"고 푸념하는데, 말은 그렇게해도 정작 그 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소수다. 고향을 떠난다는건 이토록 어려운 일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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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남시언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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